타임슬립물이 국내 드라마 시장에 처음 상륙한 2년 전만 해도 주인공들은 몇백 년의 시차를 건너뛰는 게 다반사였다. MBC , SBS 처럼 현대인이 조선이나 고려시대로 가거나, SBS , tvN 처럼 조선시대 인물이 현대로 오거나. 이때의 타임슬립은 엄청난 시차를 강조한 코미디나 시공 초월 멜로를 위한 기능적 장치에 가까웠다. 최근의 타임슬립물은 양상이 좀 달라졌다. tvN 은 시간을 20년 뒤로 되돌렸고, KBS 은 35년 뒤의 미래와 조우했으며, SBS 주인공은 딸이 죽기 2주 전으로 돌아간다. 시차가 점점 짧아지고 있고, 목적은 하나다. 불행한 운명 바꾸기. 장르적 재미를 위한 장치였던 타임슬립이 현재 시점의 문제를 성찰하고 수정하려는 욕망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즉, 요즘의 타임슬립물은 현재에 만족하기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하는 현대인들의 소원성취물로 변신 중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찍이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며 순수했던 시절로 역주행한 1999년 영화 이야말로 진정한 타임슬립물이 아니었나 싶다. 분명히 2010년대를 살아가는데도 자꾸만 1970년대를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요즈음, 필자 또한 시간을 되돌려서 부끄러운 과거를 바로잡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근래 타임슬립물의 유행을 보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모양이다.김선영 TV평론가
망상력은 누구나 평등하다왜 시간을 가지고 장난질일까? 소설, 영화, 드라마는 왜 타임슬립이라는 망상을 그치지 않는 걸까? 역설적으로 시간이야말로 인간이 절대 거스를 수 없는 무엇이기 때문이리라. 당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서 실리콘밸리 최고의 갑부가 되고, MLB 월드시리즈 최종전의 승리투수가 되고, 철천지원수의 목을 잘라버렸다고 해도 말이다. 행여 젊은 날의 실수로 죽여버린 첫사랑이 있다면 그건 되돌릴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인간은 몽상 속에서나마 시간을 거스르길 원한다. 빛보다 빠른 자동차를 만들어 예비 엄마와 아빠를 엮어주려 하고, 뭔가 이상한 구멍을 통해 조선시대로 날아가 현대의학으로 중요 인사의 목숨을 구하려 한다. 타입슬립의 대부분은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돌아간다. 이미 시간여행자의 규칙은 이 장르의 세계 속에 엄격히 정해져 있다. 나는 그걸 어기면서까지 역사를 교란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내게 그 능력이 주어진다면, 나는 철저한 관찰자가 되는 편을 택하고자 한다. 이는 내 직업과도 연관되는 것인데, 대중문화를 연구하다보면 꼭 확인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기록이 소실돼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설이나 시는 국회도서관에 납본이라도 되어 있지만, 만화책은 절판되면 출판사에서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이 어두운 문화의 세계를 파고들다가 꼭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까만 망토를 쓰고 그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 가장 확인하고 싶은 것은 블루스 기타리스트 로버트 존슨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난 직후에 하게 되었다는 연주다. 그런데 고민이 있다. 망토 쓴 나를 보고 악마라고 여기면 어쩌지?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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