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한국 대중문화의 두 봉우리가 있다. 하나는 아이들의 대통령 뽀로로, 다른 하나는 코미디의 대통령 (이하 )다. 자고로 눈물은 보편적이고, 웃음은 국지적이다. 미국인과 한국인이 같은 코미디 영화에 열광하고, 아빠와 딸이 같은 농담에 키득거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 코미디의 대표자로서 15년째 권좌를 유지하고 있다. ‘갈갈이 삼형제’를 보며 말을 배우던 소녀가 이제 진한 메이크업의 숙녀가 되어 ‘느낌 아니까~’를 따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전성기만큼 빛을 내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경험 많은 제작진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신구가 조화를 이룬 연기자들이 꾸준히 히트 코너를 만들어낸다. 대중도 버라이어티쇼, 토크쇼, 유사 리얼리티쇼에서 웃음을 얻고 있지만 정통 코미디가 주는 웃음에 대한 갈증을 항상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의 가장 큰 경쟁 무기는 이렇게 귀결된다. ‘언제든 힘들 때는 일요일 밤 KBS2를 찾는다.’ 이런 장기 집권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랜 경제 침체와 보수화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다소 진부한 웃음을 반복해서 팔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여타 코미디쇼의 부진 속에서 뜻하지 않은 독점을 누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과 의 공통점
얼마 전 은 ‘시청률의 제왕’ 코너를 통해 올해 최고 시청률 드라마인 을 패러디해 화제를 모았다. ‘30년 뒤’라는 자막과 함께 모든 갈등을 급마무리하며 ‘개콘급 엔딩’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드라마의 결말을, 90년 뒤 에필로그로 더 과장되게 풍자한 것이다. 자사의 최고 흥행 드라마를 겨냥한 조롱에 속시원하게 웃으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15년째 장수 프로그램 의 시청률 유지법을 ‘시청률의 제왕’이 자기 패러디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최근의 은 도전과 실험보다는 안전한 흥행 공식으로 시청률을 유지하는 주말극 같다는 인상을 준다. 시사풍자적 성격이 사라지고 점점 일상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일상에서 이끌어낸 섬세한 공감 코드도 좋지만 그것조차 연애담에 편중돼 있다는 게 문제다. 현재 운영 중인 16개 코너에서 연애 관련 소재 코너는 ‘끝사랑’ ‘두근두근’ ‘대학로 로맨스’ ‘안 생겨요’ ‘놈놈놈’ 등 5개나 된다. 강점이던 다양성 대신 좀더 손쉬운 보편성에 기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꾸준히 검색어 마케팅에 일조하는 개그우먼들의 노출 경쟁까지 더해지면 당장 ‘시청률의 제왕’ 팀에 소재를 제보하고 싶어진다. 은 재미있고 인기도 높다. 하지만 여전히 예전만큼 좋은 프로그램일까. 은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받았다. 참고로 KBS 연기대상 최고의 작가상 수상작은 이었다.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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