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을 따끈하게 데워 마시면 좋은 계절이다. 보통 술은 시원하게 마시지만, 따뜻하게 마시는 방법도 있다. 위스키로 따끈한 핫토디를 만들 수 있다. 와인을 따끈하게 마시고 싶은 사람은 뱅쇼를 만들기도 한다.
커피를 주문하면 “따뜻하게 드릴까요, 차게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커피는 뜨거운 물로 우려내는 음료지만 아이스커피 또한 흔하다. 아예 찬물로 오랜 시간 우려내는 더치 커피도 있다. 뜨거운 우동이 있으면 냉우동이 있고, 국이 있으면 냉국이 있다. 저쪽 세계도 마찬가지여서, 파스타가 있으면 냉파스타가 있고, 수프가 있으면 냉수프도 있다. 뜨겁거나 차갑게, 온도를 달리해보는 것은 새로운 감각을 열어준다. 제주도에서는 귤을 곧잘 구워서 먹고, 세상에는 아이스크림튀김 같은 신기한 음식도 있는 것이다. 아이스크림튀김이라니. 그건 뜨거운 것인가, 차가운 것인가?
생각보다 많은 것이 온도의 문제다. 된장찌개를 담는 뚝배기나 두툼한 머그잔은 따뜻함을 되도록 오래 유지하려는 아이디어다. 더 적극적인 형태는 보온병일 테고. 겨울철 제2의 피부인 히트텍도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냉장고나 보일러, 에어컨뿐만 아니라 노트북에 달린 자그마한 냉각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무수히 많은 ‘온도 조절의 아이디어’에 둘러싸인 채 살아간다.
레비스트로스는 ‘차가운 사회’와 ‘뜨거운 사회’라는 말을 썼다. 차가운 사회는 역사의 영향을 최대한 제거하고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사회, 뜨거운 사회는 역사적 시간 개념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변화에 가치를 두는 사회를 뜻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전자를 ‘원시적 사회’라 하고 후자를 ‘발전한 서구사회’라 하면서 후자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며, 그것은 단지 온도의 차이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 개념에 매료됐다. 실제로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것은 ‘뜨거운 사회’의 과열이다. 온도 조절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은 온도 조절의 이야기다. 세상을 온통 얼어붙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여왕과 그것을 녹이는 마음의 온기에 대한 이야기. 이 영화엔 여름을 사랑하는 눈사람 ‘올라프’가 나온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칵테일을 마시며 태닝하는 꿈을 꾸는 이 당근 코의 눈사람은 보는 이의 마음을 녹아내리게 할 만큼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기도 하다. 뭐랄까, 아이스크림튀김 같은 존재다. 눈사람 올라프를 껴안으면 차가울까, 따뜻할까?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김하나 저자·카피라이터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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