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중세 ‘농노’와 ‘롯데리아’의 합성어. 롯데리아 알바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상징한다.
【등골빼네】[명사] ‘등골 빼다’와 ‘카페베네’의 합성어.
【꺾기】[명사] 인건비를 아끼려는 고용주들이 손님이 많지 않은 일정 시간 동안 알바들에게 강요하는 강제 휴식. 꺾기를 당한 알바들은 해당 시간 동안 PC방 등에서 대기하다 다시 복귀해야 한다. 고용주들은 근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시간만큼 임금을 제한다.
【조퇴】[명사] 인건비 절감을 위한 편법으로 꺾기와 비슷하다. 조퇴는 아예 퇴근을 시킨다는 점에서 꺾기와 다르다.
[사용례] 자신의 손이 되어 세계를 건설한 노동(아르바이트·arbeit)을 자본은 쪼개고 썰어 알바로 만들었다. 의문을 억압하며 평화로울 수 있다고 말하는 세계는 불의하다.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세계에 맞서 ‘받는 돈만큼만 일하는 노하우’가 절실하다. ‘5210원(2014년 최저시급)어치만 일하는 법’이 절박한 어떤 세계에 우리가 있다.
다 팔지 못할 만큼 튀겨라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을 창출해야 한다. 덤프(감자 등 튀김 장비) 담당 동료와의 협업이 중요하다. 치즈스틱을 홀딩타임(유통기간으로 치즈스틱은 보통 20분) 안에 다 팔지 못할 만큼 듬뿍 튀겨놓는 것이 핵심이다. 점장과 매니저 눈을 피해 치즈스틱을 얇게 자른다. 햄버거 위에 올리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린다. 크라운(햄버거 빵 윗부분)과 힐(아래) 사이엔 고기 패티를 먹고 싶은 만큼 깐다. 아이스크림을 소스처럼 발라 특제 햄버거를 완성한다.
“친절한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메이트 ㅇ(24·여) 급식 들어가겠습니다.”
나는 ‘패스트’하게 보고했다. 4시간 일하면 주어지는 20~30분의 급식(매장에서 만든 햄버거로 식사) 시간조차 고객과 상사에게 보고한 뒤에야 주어졌다. 겨우 더스타(행주)를 손에서 놨다. 하루 종일 더스타를 바꾸며 플로어라운딩(식탁이나 트래시박스 등을 돌아다니며 청소)을 했다. 핑크 더스타로 기름을 닦았다. 옐로 더스타로는 카운터를 닦았다. 그린 더스타로 트래시박스(쓰레기통)를 닦았고, 블루 더스타로 플로어(손님 식탁)를 닦았다. 더스타는 색깔별로 용도가 나뉘었다. 더스타의 색깔만큼 나의 생각도 분열했다. 반복되는 더스타질이 뇌의 사고까지 말끔히 닦아버리는 듯했다. 고속으로 씹고, 과속으로 삼켰다. 우리의 밥은 당신들의 햄버거보다 ‘패스트’하다.
포스(주문대) 앞에 선 여성 손님의 아이라인이 짙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사람들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저임금 노동의 세계를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초등학생 때부터 알바를 하며 살아온 나는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의 얕잡는 시선에서 ‘세계가 싼값에 부리는 자’의 미래를 예견하며 나는 우울을 앓았다. 학교 수업에 알바를 맞추는 대신 알바에 학교 수업을 맞추느라 대학교도 자퇴했다. 아빠는 계약직이고, 엄마는 파견직이며, 나는 알바다. 급하게 쑤셔넣은 햄버거를 내장이 밀어냈다.
급식을 팔아라 급식으로 허용된 금액(5천~6천원 안팎)만큼의 메뉴를 손님에게 팔아라. 손님이 주문한 메뉴를 자신이 먹은 것으로 처리한 뒤 그 돈을 가지면 된다. 식사는 ‘의도적으로’ 만든 홀딩타임 ‘초과 예정’ 음식으로 해결한다.
농노리아는 알바가 경작하는 영토다. 계급과 서열의 땅이다. 햄버거는 속도로 돈을 벌고, 속도는 위계로 지탱된다. 점장→매니저(정직원으로 부점장 격)→바이스 매니저(시급 매니저로 알바)→리더2(미스와 미스터의 리더)→리더1→메이트2(메이트1이 100시간 일하면 승격)→메이트1(일을 처음 시작할 때 직급)로 하강하며 그 땅은 완벽한 피라미드를 구축했다. 그 땅에선 그들만의 언어가 통용되고, 그 언어들이 신분과 행동을 규정한다. 나의 계급은 메이트고, 나의 정체는 미스(여자 알바)다. 그 땅의 언어를 사용하고 그 땅의 언어로 불리며 우리는 알바가 ‘세계의 가장 밑변’이란 사실을 체득하고 각인한다.
“인건비 폭발하겠다.” 매니저가 투덜댔다. “손님이 많지 않으니 먼저 들어가라”며 그는 선심 쓰듯 말했다. 또, 다시, 젠장, 조퇴였다. 나는 매장에서 ‘존나게 쉬운 인력’이었다. 집이 근처라는 이유로 뻑하면 조퇴나 꺾기를 당했다. 대신 출근은 1분 늦을 때마다 100원씩 깎였고, 1시간 이상 걸리는 다운(이튿날 영업을 곧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기계와 매장을 청소) 작업은 임금으로 계산되지 않았다. 꼭짓점은 밑변을 딛고 홀로 우뚝하다. 밑변을 밟고 솟은 꼭짓점은 혼자만 뾰족해서 아무도 함께 설 수 없다. 등골빼네 대표는 신문( 2014년 1월7일 ‘청년들이여, 안녕하지 못하다고? 도전하라!’)에 썼다. “인생은 나의 것, 청년 스스로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그 커피전문점의 근로기준법 위반율은 98.3%(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로 프랜차이즈 위반율 1위)였다. 밑변의 책임을 말하는 꼭짓점의 언어를 알바는 믿지 않는다.
사장을 영접 말고 면접하라 면접은 사장만 보는 게 아니다. 알바도 사장이 적합한 사람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주휴수당은 있는지, 식대는 따로 주는지, 급여는 주급으로 줄 수 있는지 물어보라. 가게 문은 정확히 언제 닫는지, 같이 일하는 사람은 몇 명인지 반드시 확인하라. 구인광고에 ‘시급 협의’라고 쓴 사장은 절대 만나지 마라. 최저임금 밑으로 깎겠다는 의도가 100%다.
“내가 국정원에서 쫓겨나서 그렇지 이러고 있을 사람이 아니라니까.”
매장 구석에서 졸던 남자가 알은체했다. 세트메뉴를 주문한 그에게 빅(감자튀김)을 더 얹어준 데 따른 인사였다. 커다란 짐 보따리에 얼굴을 파묻은 그는 잠의 경계를 불안하게 들락거리고 있었다. 몇 달 전 매니저에게 강제로 내몰렸던 그는 마음 놓고 눈을 붙이지 못했다. 햄버거 난민들(숙소가 일정치 않아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도 자기 몫의 햄버거는 반드시 돈을 주고 샀다. 마지막 자존감을 놓지 않으려 그들은 밤새 분투했다. 지구는 둥글고 햄버거도 둥글다. 둥글다는 것은 때로 이탈할 수 없는 막막함이다. 누군가의 불룩함 반대편엔 누군가의 오목함이 있다. 그와 나는 지구의 오목한 곳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지구의 불룩한 땅을 떠받치고 있는지 모른다.
햄버거를 창조한 인간은 어느 순간부터 햄버거의 속도에 지배당했다. 신미스(새로 온 여자 알바를 지칭하며 새로 온 남자 알바는 신미스터) 때부터 나는 패스트해질 것은 요구받았다. 세계가 패스트해질수록 사람들도 패스트해졌고, 사람들이 패스트해질수록 햄버거도 패스트해졌으며, 햄버거가 패스트해질수록 알바들은 더욱 패스트해져야 했다. 지구가 패스트하게 돌다 완전히 돌아버릴 때마다, 알바는 패스트한 햄버거를 만드느라 뼈가 녹고 삭았다. 햄버거는 넘치는데 햄버거에 파묻혀 일하는 알바는 늘 허기가 졌다. 삶의 의문이 깊을수록 삶은 내상을 입는다. ‘이상한 기근’이 패스트한 이 세계에 있다.
한꺼번에 빠진 알바는 한꺼번에 채우기 어렵다 매장 ‘주부사원들’(주로 오전 시간대에 일하는 기혼 메이트)이 집단 건의를 했다. 급식을 2명씩 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매니저가 거부했다. 8명이 한꺼번에 출근하지 않았다. 점장은 그들의 소박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알바는 신만큼이나 어디든 존재한다. 알바가 손을 놓으면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멈출 것이다.
이문영 기자*이 독자와 ‘恨국어사전’을 편찬합니다. 여러분의 恨국어를 제보(moon0@hani.co.kr)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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