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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辭典’이 아니라 ‘事典’이다.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의 (창비 펴냄)은 일정한 순서에 따라 단어의 뜻과 용례를 풀어쓴 책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물이나 사항을 모아 그 하나하나에 긴 해설을 붙인 책’이다. 실크로드와 연결된 모든 것을 담았다.
표제어나 색인의 개수 등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이 사전은,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인 오아시스로·초원로·해로를 총체적으로 다루면서 실크로드의 환지구적 문명 교류의 함의를 새롭게 정립한 탁월한 연구 성과다. 더욱이 편저자의 오랜 실크로드 관련 연구를 통해 실크로드 육로의 동쪽 끝을 기존의 중국이 아닌 한반도로 규정한 것은, 이 사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실크로드의 역사·지리·인문·종교·사상·교역 등에 관한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으로 전문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인과 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자층이 활용할 수 있게 한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사실 한국에서 ‘실크로드학’이라는 이름의 학문이 그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면, 그건 많은 경우 실크로드와 문명교류에 관한 편저자의 부단한 지적 작업 때문이다. 정 소장은 세계 4대 기행서 중 3권( )을 역주(譯註)하고 스스로 실크로드를 23차례나 답사해 두 권의 문명탐험서를 펴낸, 실크로드와 문명교류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은 옥중에서 ‘잉태’돼 15년 만에 ‘분만’됐다. 편저자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 생활을 하던 중 1998년 4월부터 약 2년6개월 동안 실크로드의 기본 개념 정리 작업을 진행했다. 소지할 수 있는 책의 권수가 한정된 감옥에서 참고도서의 차입과 반환을 거듭하며 편지지 앞ㆍ뒷면에 깨알처럼 작성한 원고는 표제어 974항목, 원고지 6천 장 분량에 이르렀다. 2000년 교도소에서 들고 나온 작은 상자 하나 분량의 원고는 집필의 밑거름이 되었고, 출소 뒤 곧바로 펴낸 과 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출간은 여건이 여의치 않아 더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던 중 경상북도의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간행이 가능하게 되자, 정 소장은 2013년 내용을 추가하고 마무리 작업을 더해, 1900여 개의 표제어와 8천여 개의 색인으로 구성된 원고지 9500장, 1천여 쪽의 사전을 완성해냈다.
사전 원고 집필 기간뿐 아니라 편저자가 몸소 오아시스로와 초원로, 해로를 수십 차례 답파하고 세계 3대 여행기를 역주하며 밝혀낸 사실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이 사전은, 비단길 찾아 외롭고도 힘겨운 학문의 길을 걸어간 한 노학자의 십수 년 땀과 노력으로 흥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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