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슈퍼스타K’, 시청자 vs 심사위원

등록 2013-11-20 14:57 수정 2020-05-03 04:27
감동 드라마라도 만들어보자
Mnet 제공

Mnet 제공

결승에 오르고도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도전자가 있다. 당혹스러운 장면 앞에, 승자도 패자도 심사위원도 어쩔 줄 몰라 한다. “심사위원과의 대결. 투표로 승리하시길.” 그것은 도발이었지만 이미 김이 빠질 대로 빠진 뒤 군불을 때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논란거리도 되지 못하는, 그렇지만 뭔가 만들어내야 하는 리얼리티 TV의 안타까운 몸부림이었다고 생각한다.

Mnet 제공

Mnet 제공

다섯 번째 는 예선부터 ‘이미 나올 사람은 다 나온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과거에 잠시 시선을 받았던 재수생, 삼수생에 카메라가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 도전자가 있었다. 다른 때에 비해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출연자도 없었다. 그래, 김 빠진 잔칫상, 감동의 드라마라도 만들어보자.

심사위원들은 박시환을 생방송에 진출할 톱텐에서 탈락시켰다. 제작진은 국민의 선택이라며 시청자 투표로 그를 부활시켰다. 울컥해서든 사랑해서든 찍었다. 표는 무섭다. 한번 찍어버리면 그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후보에 동화된다. 그렇게 결집된 고정표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한다. 이승철이 굳이 도발하지 않아도 승부는 이미 끝났던 것도 같다. 그리고 어떤 팬은 그 후보가 간절히 부르던 노래의 한 소절을 따라 부르고 있을지 모른다.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그러곤 채널을 돌리겠지.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시스템은 그걸 노렸잖아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 대중성과 전문성의 대립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두 가치 사이에 위계적 질서가 작동할 때 특히 그렇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선두주자 Mnet 의 고민거리도 바로 이 문제다. 전문성의 심사위원 쪽과 대중성의 시청자 쪽은 매 시즌 힘겨루기를 해왔고, 프로그램은 그 사이에서 규칙을 바꾸며 눈치를 봤다. 시즌1에서 10%에 불과했던 심사위원 점수는 이제 40%까지 상승했고, 그래도 여전히 60%에 달하는 시청자 투표 점수에서 실력자를 보호하기 위해 슈퍼세이브 제도가 마련됐다.

그럼에도 논란의 합격자는 해마다 탄생했다. 시청자와 심사위원의 대결 구도를 압축한 이 인물은 늘 우승자에 버금가는 화제의 주역이 되곤 했다. 문제는 심사위원이 전문성을, 시청자가 대중성을 대표하지 못할 때다. 이번 시즌에서 유독 양쪽의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가령 박시환을 두고 벌어지는 대립에서, 지지자들은 노래보다 스토리텔링에 빠져든 편협한 팬덤이라는 비난을, 준결승전에서 그에게 혹평과 함께 생방송 최저 점수를 부여한 심사위원들은 주관적 의도가 노골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흥미로운 것은 박시환이, ‘국민의 선택’과 ‘심사위원의 선택’을 분리하며 대립 구도를 더 팽팽히 만든 새 슈퍼세이브 제도의 첫 수혜자였다는 점이다. 진짜 문제가, 이러한 구도로 화제성을 노리는 시스템 자체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단적인 사례 아닐까. 김선영 TV평론가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