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맨발의 친구들? 나는 맨밥의 친구야. 너희들이 ‘집밥 프로젝트’를 하며 바비킴 집에서 토마토 고추장볶음 스파게티와 전복 장아찌를 맛있게 먹을 때 있잖아. 나는 맨밥에 간장을 비벼먹고 있었어. 괜찮아. 세상이 그런 거잖아. TV는 대리만족하라고 있는 거니까. 너희들 덕분에 대한민국 일반 가정에서는 반찬 몇 가지를 차려야 집밥이 되는지도 알게 되었지 뭐야. 그런데 문득 떠올랐어. 너네 원래 요리 프로그램이었나? 생각해보니 너희들 처음 나왔을 때 베트남 갔잖아. 사막이랍시고 갔던 게 무이네의 작은 사구라서 특히 기억이 나네. 10년 전에 나도 거기 가봤거든. 나름 친구들한테 사막 갔다고 사기치려고 사진 찍는데 도저히 각이 안 나오더라고. 그 사이에 사막화가 많이 진행되었나봐. 어쨌든 반가웠어. ‘자급자족으로 24시간 동안 베트남의 평범한 사람처럼 생활하기’라니, 색다른 여행 프로그램이다 싶었지. 그런데 그다음에 인도네시아 갔다 와서는 효리랑 MT 가더라. 이건 ? ? 아니, 뭐라는 게 아니야. 꼭 멀리 떠나라는 법 있나. 국내도 좋은 곳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그다음엔 다이빙을 하더라. 난 또 어디 이구아수 폭포 같은 데 가서 수중 생활이라도 하는 줄 알았지. 미안해. 내가 많이 앞서갔어. 그다음에 나의 노래 만들기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지 뭐야? 어쨌든 집밥까지 왔으니, 이젠 포기할게. 그래도 뭔가 정체성은 있었으면 좋겠는데. 계속 맨발로만 다니라면 무리한 부탁이겠지.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사막 한가운데 떨어진 출연자들이 고함친다. “여기가 어디야?” 첫 회 시작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운명에 대한 복선과도 같다. 방영 5개월째까지도,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은 여전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을 가늠하기 힘든 방송이다. 그간 이들이 거쳐온 여정을 살펴보자. 해외에서 현지인처럼 생활하기, 국내 MT, 다이빙 도전, 자작곡 발표, 그리고 집밥 탐험에 몰두한다. 물론 정해진 포맷이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무규칙 이종 리얼 버라이어티’의 개척자 MBC 은 변함없이 건재하지 않는가. 의 비극은 그 ‘무규칙’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데 있다. 애초 이 제목은 ‘생고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했던 ‘맨발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맛집 소개나 다름없는 최근 집밥 프로젝트에 이르면, 그 본래 취지와는 광활한 사막에서 연예인들의 안방 사이만큼이나 멀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생고생에 집중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처음부터 이 방송의 결정적 문제는 ‘맨발’의 실종이 아니라 ‘친구들’의 흐릿한 얼굴에 있었다. 현재까지의 여정에 이르는 동안 출연자는 수시로 바뀌었고 연대는 희미하다. ‘무포맷’의 약점을 멤버들의 진한 유대감으로 돌파해온 의 미덕이 없는 것이다. 맨발도 친구도 사라진 이 프로그램을 이제는 뭐라 부를지조차 감을 못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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