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 내 인생을 바꿨다. 국내에는 라고 번역된 일본 만화. 처음 이 만화책을 읽게 된 계기는 새로 바꾼 자전거 때문이었다. 어쩌다 생각지도 않은 목돈이 생겼는데, 그참에 자전거를 바꿨다. 새것은 아니고 캐논데일 브랜드의 ‘배드보이’란 중고 모델. 그런 물건을 손에 쥐면 자꾸만 그 물건이 어떤 녀석인지 알고 싶어 인터넷을 뒤적이게 되는데, 그러다 내 자전거가 소개된 만화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게 바로 . 문제는 그 책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입소문이 나 있었지만, 시대를 앞선 탓인지, 본래는 20권짜리 만화책이 13권까지만 나오고 절판된 것이다. 마음이 꽂힌 터라 인터넷 중고 서점 여러 곳을 뒤져 상태가 좋은 전질을 구입했다. 한권 한권 아껴 읽었다. 동네에서 3대째 이어오는 자전거포 주인을 중심으로, 가게에 오는 손님들과 그들의 자전거에 얽힌 소소한 사연으로 채워진 이 만화책에 나는 흠뻑 빠졌다. 여성용 생활자전거부터 클래식 자전거, 스트라이다나 브롬톤 등의 미니벨로, 비앙키 같은 고급 로드바이크까지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가 소개돼 있어 앎의 기쁨과 눈의 즐거움을 누렸고, 자전거에 깃든 사람들의 은은한 사연에 간혹 눈물도 찔끔 났다. 그런데 이 만화책의 진짜배기는 자전거포 주인 부녀가 가진 자전거의 가치에 대한 ‘건강한’ 성찰과 애정이었다.
“(자전거는) 모셔둔다고 좋아하지 않아. 오히려 달리고 굴리고, 또 달려야 빛을 내지.” “자전거란 가격이 전부가 아니야. 자전거는 타는 사람 몸에 맞아야 해. 몸과 자전거를 잘 맞춰주는 것, 그게 자전거 가게의 일이야.”
좋은 자전거란 단순히 비싼 게 아니라 타는 사람의 관심과 애정이 담겨 있는 것이라는 뻔한, 그럼에도 강한 울림을 주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이 만화책에 나오는 ‘아오바 자전거포’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은 것이. 더 나아가 이 만화책의 주인공 같은 자전거포 주인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그리고 이 만화책을 접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손님들에게 “자전거 모시지 말고 부리세요”라고 말하는 자전거포 주인이 되었다.
“그런데 출판사 사장님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이 만화책이 절판된 지 7년 됐거든요. 제가 이번에 네 번째 다시 읽었는데 지금 다시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출판시장이 어렵다는 얘기는 들었는데요. 이 만화책에는 어떤 보편적인 에너지가 있어요. 사람의 인생을 바꿀 만한 에너지요. 그런 에너지를 지닌 책이 많지 않거든요. 누군가 이 만화책을 복간해주시면 안 될까요? 본래 20권짜리 가운데 나머지 6권은 국내에 나오지도 않았는데요. 네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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