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좋아 자전거포를 꾸렸는데, 자전거를 못 탄다. 취미를 밥벌이로 삼았 을 때 생기는 흔한 일이다. 대신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곁눈 질은 하는데, 대부분 블로그나 잡지에 실린 정보성 글이지 책으로 묶인 자전거 여행기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적잖이 출간되는 여행기라는 것이 대부분 책으로 펴내기에는 무리다 싶은 개인적 감상문인 까닭이다. 혼자 좋아죽겠다, 힘들어죽 겠다는 식의 이야기에는 쉬 공감할 수 없다. 뒤집어보면 읽는 이의 시선을 오래 붙잡아맬 수 있는 여행기를 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 홍은택의 중국 자전거 여행기가 새로 출간됐단다. 회사를 그만두고 훌쩍 떠난 중국 기행을 한 언론에 연재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최근 이란 제목으로 엮은 것이다. 내 멋대로의 기준이지만, 잘 쓴 여행기의 세 가 지 요소는 여행지의 역사·문화·정치·경제 풍향에 관한 르포성 정보, 몸을 들 이밀어 현지 사람들과 뒤섞여야 만들어지는 스토리, 그리고 그 둘을 자유자재로 버무려내는 문기와 필력인데, 홍은택은 그 모든 것을 충족시킬뿐더러 유머 감각 까지 갖춘 거의 유일한 국내 필자다. 게다가 ‘자전거’ 여행기가 아닌가. 읽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오랫동안 여행 준비를 한 흔적이 책 곳곳에 배어 있었다. 전공이 동양사학인 까 닭도 있겠지만, 챙겨 읽은 중국 관련 서적과 쟁여둔 정보량이 적잖아 보였다. 이 를테면 중국의 북부와 남부 문화의 특성에 대해 ‘주먹’과 ‘머리’라는 비유를 들어 단 몇 마디로 압축해내고, 운하 등 내륙 해운 교통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을 서너 문장으로 술술 풀어낸다. 7년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 다는 중국어 실력과 전직 사회부 기자 출신의 근성은 스스럼없이 중국인들의 일 상 속을 파고들어 그들과의 사연을 만들어내는데, 특유의 넉살과 유머 감각- 아 마도 빌 브라이슨의 을 번역하면서 그 중요성을 더욱 절감했으 리라 싶은- 이 더해져 일급의 중국 인문 기행서 한 권을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그는 이번 여행에서 어떤 자전거를 탔을까? 직업적 호기심이 발동해 책 속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는 자전거에 대한 정보를 추려봤다. 먼젓번 에서는 ‘알렉스 몰튼’이라는 중고 미니벨로를 타고 미국 대륙을 횡단했는 데, 이번에는 10년쯤 된 24단짜리 구형 MTB(스캇 익스퍼트 레이싱)를 타고 중국 대륙 4873km를 내달렸다. 자전거는 지인에게서 얻은 것이라 하는데, 그래도 가 격을 어림해보면, 중고 자전거는 많이 잡아 50만원, 펑크에 강한 타이어 교체 비 용 10만원 언저리, 앞뒤 짐받이 장착 비용 역시 넉넉히 10만원, 패니어 가방이 비 싸긴 한데… 음, 중국 대륙 만릿길을 여행하는 자전거에 들인 돈이 100만원 저 안짝이다. 그러하니 혹여나 올여름 국내 장거리 여행을 예정하고 있는 분들은 장비 준비에 너무 올인하지 마시고, 한 번이라도 더 페달링을 해서 몸 준비에 좀 더 신경 쓰시라는, 업자의 조언 한마디 얹는다. 근데 난 언제 떠나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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