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고 자전거포를 내겠다고 하니 가장 적극적으로 말린 이는 커피집 사장을 하던 친구였다. 그는 6년간 운영하던 서울 홍익대 앞에서 꽤 유명한 핸드드립 커피집을 부동산중개소에 내놓고 한참 시큰둥하던 차였다. “사장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 커피집이나 자전거포나 다 한때야.” 듣는 둥 마는 둥, 어차피 결심은 서 있었고 나는 일을 저질렀다. 가게문을 열어놓고 나니, 그게 멀쩡해 보였는지 자전거포에 관심 있다는 주변 사람이 벌써 서너 명이다. 그분들을 비롯해서 이런저런 자영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벌써 일을 저지른 분들이 읽을 만한 책 3권을 소개해보겠다.
956호 자영업자의 책읽기
책의 국적은 제각각. 는 국내의 한 커피가게 사장님이 썼고, 은 일본 이자카야(선술집) 업계의 대부가 잡지에 연재한 칼럼을 묶은 것이고, 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미국 하버드 경영학석사 출신의 경영 분야 저널리스트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일가를 이룬 상인이나 세일즈맨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묶은 미국 책이다. 우선 는 개업 1년 뒤 80%가 망하는 국내 자영업판의 큰 틀거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와 경험담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한국 자영업의 암울한 미래’야 수많은 신문기사를 통해 봐왔겠지만, 최소 수억원을 들여 남 좋은 일만 시키는 프랜차이즈 카페나 음식점은 하면 안 된다는 객관적인 수치와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갈 미래’가 아닌가. 현실이야 어떠하든 ‘내가 하면 기본 이상은 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기어코 판을 벌이고 마는 에너지원인데, 이나 는 막연한 미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구체적인 형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메시지는 작게 시작하라는 충고, 그리고 가게를 열기 전에 ‘무조건’ 남의 가게에서 일해야 한다는 아주아주 중요한 금과옥조다. 나 역시 지금 하고 있는 가게와 막연히 생각하던 가게의 차이가 분명한데, 그건 ‘자전거 사부’의 가게에서 일했던 짧지만 엄청나게 소중한 경험 덕분이었다. 는 원제의 ‘sales’를 ‘장사’로 번안해 시장을 넓힌 출판기획자의 ‘수완’을 비롯해서, 개인적으로도 손님을 대하는 방식이나 가게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성공의 긍정적인 맥락을 짜깁기해서 재구성된 것이니 완전한 팩트는 아니고, 게다가 그들은 장사가 아니라 뭘 해도 성공했을 만한 ‘예외적 개인’인데, 그런 점을 염두에 둔 비판적인 거리두기는 독자의 몫.
근데 의 저자께서는 책에서 아주 살짝 ‘자전거가게’, 나아가 ‘자전거카페’에 관심을 보이고 계시던데…. “아이고, 사장님, 자전거에만 몰두하기도 힘들고요, 가게도 조금이라도 더 넓어야 하고, 사들일 물품도 더 많고, 정비하는 사람, 커피 내릴 사람도 따로 있어야 하고… 자전거가게는 1년에 4개월은 공쳐야 하는데요… 아이고,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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