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하고 맑은 정신의 흔적들이 이모부가 그 이모부일 줄은 몰랐다. 출판편집자로 일할 때 ‘이모부’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외주 교정자가 있었다. 단행본 출판계에서 믿고 맡길 만한 외주 교정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그는 일의 결과물도 남다르고, 손도 빠르며, 소통도 수월한 외주 교정 5년차 베테랑...2013-10-05 18:06
‘사소함’과 ‘위대함’ 사이내 첫 직장은 자그마한 리서치 회사였다. 7개월쯤 다녔는데, 지금은 잘 기억나지도 않는, 뭔 놈의 일 때문인지 야근이 많았다. 0명이 채 안 되는 직원 가운데 유독 집에 갈 생각은 않고, 야근은 기본에다 노상 밤샘을 하던 상사 한 명이 있었다. 정규 근무시간이 끝난 뒤...2013-09-06 15:31
‘그랜드개꼬장’의 쾌감가끔 ‘꼬장’을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맘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의도하지 않 게 관계가 얽혔을 때, 그것이 한계치를 넘어 쌓이고 쌓였을 때는 ‘막힌 속을 확 뚫어줘야 하는데’, 대개는 소맥 몇 잔의 힘을 빌려 넋두리 몇 마디를 내던지고 말 지만, 그걸 넘어서 아...2013-08-14 17:08
앨리 러셀 혹실드의 <감정노동 >“손님들한테 상처는 안 받고?” 모처럼 통화한 자전거 정비학원 원장님이 불쑥 던진다. 학원을 마치고 가게를 연 수료생들이 털어놓는 고민 가운데 가장 많은 게 손님과의 관계란다. 자전거 포는 대개 사장이자 종업원인 주인 혼자 운영하는 자영업종이기도 하고, 자전거 자체가 ...2013-07-24 13:05
장비 올인 말고 몸에 신경을자전거가 좋아 자전거포를 꾸렸는데, 자전거를 못 탄다. 취미를 밥벌이로 삼았 을 때 생기는 흔한 일이다. 대신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곁눈 질은 하는데, 대부분 블로그나 잡지에 실린 정보성 글이지 책으로 묶인 자전거 여행기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적잖이...2013-07-03 17:10
스포츠토토, 미래 위한 가장 선명한 투자?지난 초봄, 자전거 시즌을 준비하면서 자그마한 창고를 마련했다. 혼자서는 창고나 물품 정리 등을 감당하기 힘들어 ‘알바’를 구했다. 군에서 제대한 지 한 달 반 된 23살 먹은 동네 동생. 한 달쯤 함께 일했나? 나로서는 20년 터울이 지는 이와 한 공간에서 일하는 게...2013-06-15 09:40
출판사 사장님들께 드리는 말씀‘만화책’이 내 인생을 바꿨다. 국내에는 라고 번역된 일본 만화. 처음 이 만화책을 읽게 된 계기는 새로 바꾼 자전거 때문이었다. 어쩌다 생각지도 않은 목돈이 생겼는데, 그참에 자전거를 바꿨다. 새것은 아니고 캐논데일 브랜드의 ‘배드보이’란 중고 모델. 그런 물건을 손...2013-05-24 18:34
마흔한 살 키드의 도발그녀를 알기 전에는 패션지 가 뭔지도 몰랐다. 새로 출근한 출판사에서 내게 맡긴 첫 원고 속에는 처음 들어보는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넘실대고 ‘브래지어’와 ‘팬티’, ‘섹스’라는 단어가 아무렇지 않게 넘쳐났다. 그 아찔한 글 속을 헤매어다니다 간신히 정리해서 세상에...2013-05-05 15:10
자전거카페요? 에이 안 돼요!회사를 그만두고 자전거포를 내겠다고 하니 가장 적극적으로 말린 이는 커피집 사장을 하던 친구였다. 그는 6년간 운영하던 서울 홍익대 앞에서 꽤 유명한 핸드드립 커피집을 부동산중개소에 내놓고 한참 시큰둥하던 차였다. “사장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 커피집이나 자전거포나 다...2013-04-12 19:13
무심하면서 강렬한 두 마디지난해 7월 자전거포를 차리면서, 550만 자영업자의 일원이 되었다. 전에는 책 파는 서점에서 1년 6개월, 책 만드는 출판사들에서 10년쯤 일했다. 자영업자가 되고 나니, 통 책을 읽지 못한다. 책에 물렸나? 그런 건 아니다. 시간이 없나? 절대 시간이 줄긴 했어도 ...2013-03-23 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