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상무에 이어 강 회장이 등장했다. 그는 호텔에서 차 를 빼달라는 요구에 불응하고 그 요구를 한 직원을 장지 갑으로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커지자 강 회장은 사과를 하러 갔고 언론 인터뷰에서 “욕을 조금 했더니 그 호텔 직원이 나도 나이가 50이 넘었다고 해 한 차례 때린 것”이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강 회장의 사과 현장 을 본 직원은 이렇게 전한다. “너 오늘 일진이 안 좋은 날 이라고 생각해라.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라며 어깨를 한 번 두드린 게 전부다.”(이상 5월1일치 ) 이런 이들이 아주 드물지는 않다. 청문회가 열리면 “청렴하게 살아왔다. 부동산 대부분 손실만 봤다. 딱 두 개 성공했 다”는 식의 고위 공직자들이 매일 쏟아져나온다.
“부동산에서 성공한 건 두 개뿐”인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월8일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런 이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한겨레 강창광 기자
물타기인지, ‘미국에도 왕 상무 같은 사람 있다’는 기사 도 나오더니 과연 그런가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어 바인 캠퍼스의 교수 아론 제임스는 (박인균 옮김·추수밭 펴냄)에서 이런 부류를 철학 적으로 사고한다. 영어 원제는 ‘Assholes, A Theory’. ‘Assholes’ 번역어로 고심을 거듭한 끝에 번역자가 고른 단어는 “아직은 보수적인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감안” 해 ‘골칫덩이’다. 미국에서도 ‘Asshole’은 ‘검열’되는 단어 다. 그래서 미국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리뷰 작성자들은 ‘a_hole’ 등의 단어로 대체해 리뷰를 올려놓았다. 책은 그 단어의 사용 사례를 통해 용어를 정의하고 이 부류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먼저 살핀다. 골칫덩이 처럼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듯하고 이해할 듯도 한’ 이들은 아니다. 이들은 “내 나이가 50인데”라며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욕에 이성을 양보하게 하는 부류다. 이들을 부르는 데 어떤 용어가 적당할까.
‘부위적’ 동일성으로는 의 ‘빵꾸똥 꾸’, 왕 상무·강 회장을 통틀어 칭하기에 적당한 줄임말 ‘진상’(진짜 상놈) 정도가 있을 법하다. ‘욕’일 것이며 ‘분노’ 를 담을 것이며, 통용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이 글에 서는 ‘개자식’으로 대체해본다. 책이 일차적으로 노린 것 도 ‘이런 부류’를 철학적으로 고찰한다는 ‘준엄한 부조화’ 였다. 먼저 읽은 미국 독자들도 (대략) “킥킥대긴 했으나 철학책이라 기대했던 것보다 유쾌하진 않다”고 한다. 책 을 읽을 때도 ‘골칫덩이’ 대신 ‘개자식’ 정도로는 넣고 읽 어야 한다. 책은 진정한 개자식들은 읽지 않을 것이기에 적어도 카타르시스의 효용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개자식’의 정의는 이렇다. “대인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불만에 면역력을 갖는 뿌리 깊은 특권 의식으로 자신이 특전을 누리는 것을 조직적으로 허락할 때 개자식이 나 온다.” 그들은 올바른 대접을 못 받으면 “너 나 누군지 알 아”라고 말한다. 개자식들은 성폭행범·살인자와 달리 도덕적 선을 넘지 않으며 사이코패스처럼 악의를 가지고 행동하지도 않는다. 정리하면 개자식은 도덕적 동기에 따라 특권 의식에서 나온 행동을 한다. 저자는 ‘특권 자 본주의’를 개자식 양산의 배후로 지목한다.
‘특권 자본주의’ , 개자식 양산의 배후
개자식은 결코 변하지도 않는다. 개자식을 상대할 방 법도 없다. 저자가 찾아낸 결론이란 이성적 희망으로 현 실을 감수하라는 것. 염세주의자가 억지웃음을 짓는 형 색이다. 철학서가 현실의 요청을 받아들이라는 ‘자기계 발’이 준 바지를 억지로 입으면서 생겨난 일이리라. 미국 독자들의 ‘철학적’인 이유에 더해, 미국의 개자식들이 그 렇게 특별나게 보이지 않는 ‘한국의 현실성’이 더해져 책 은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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