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사상 이처럼 독보적인 1위는 없었다고 모두가 난리다. 피겨 여왕 김연아 이야기다. “여왕이 이렇게 돌아왔다”는 캐스터 멘트는 적어도 소치올림픽 전까지 무한 반복될 전망이다. 또 한 번 경쟁자 아사다 마오를 울린 김연아의 연기는 객관적으로도 거의 흠이 없었다. 심판들의 ‘짠물 판정’이 그저 아전인수로만 들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김연아가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218.31점은 자신의 역대 2위 기록이다. 최고 기록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 당시 세운 228.56점. 그때 받은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무려 150.06점이었는데 여전히 아무도 깨지 못한 상태다. 2년의 공백을 딛고 복귀한 김연아는 특히 강점을 보인 프리스케이팅에서 148.31점을 받았다. 밴쿠버 때보다 기량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당시 채점 방식으로 환산하면 155점대의 점수가 나온다. 김연아의 복귀가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결국 그 무엇도 아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아의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다. 최종 목표인 올림픽 2연패를 위해서는 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소치올림픽까지 남은 기간은 약 1년. 외신들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보여준 경기력에 “더 이상 경쟁자는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확실히 카롤리나 코스트너는 적수가 되지 못했고, 늘 ‘김연아의 라이벌’로 국제 무대에 나서는 아사다 마오도 또 한 번 고개를 떨궜다. 조직과 조직이 승패를 겨루는 단체 스포츠에 비해 개인 종목은 상대적으로 ‘변수’가 적은 편이다. 남은 1년 동안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아사다 마오가 완벽한 트리플악셀 기술 보유자가 된다거나 코스트너의 기량이 월등히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최정상의 자리를 놓고 종이 한 장 차이의 기량으로 승부를 펼친다고 해도 김연아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확실히 앞서 있다. 전세계 피겨 역사를 살펴도 올림픽 2연패는 흔치 않다. 지금까지 단 2명의 스케이터만이 그 일을 해냈다. 김연아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 것은 단순히 한국에 국한된 일은 아닌 셈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소치올림픽까지 김연아에게 남은 시간은 너무나 중요하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종종 라이벌이 자신을 성장하게 만들기도 한다. 메시에게는 호날두가 있다. 하지만 김연아에게는, 김연아뿐이다. 온건한 조력자와 충실한 지도자의 인상이 강한 코치들이 곁에 있고, 강인한 어머니와 든든한 소속사도 있다. 그럼에도 김연아에게 혹독한 조언이 필요할 때, 치열한 전술 그리고 때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할 때 그녀 곁에는 누가 있을까? 종목을 막론하고, 한국 스포츠 역사상 유례없는 독보적 세계 1위. 그래서 그가 더 외로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SBS ESP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