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기자를 하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축구선수는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받나요?”다. 질문이 나오기까지의 상황은 대체로 이렇다. ‘야구는 인기가 많은데 축구는 인기가 없는 것 같다, 야구선수 중에는 아는 선수가 있는데 축구선수는 국가대표밖에 모르겠다, 야구선수 누구는 몸값이 얼마인데 보통 축구선수 중에 누구누구 정도면 얼마를 받느냐, 아니 축구는 별로 인기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느냐…’는 식이다.
사실 나에게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받는지 물어봐도 딱히 할 말이 없다. 직종을 막론하고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은 그저 부럽기만 하다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하지만 축구선수들이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받는지 듣고 싶어 하는 간절한 눈빛에 조금이라도 호응하고자 우선은 “축구선수는 야구선수에 비해 선수 수명이 좀 짧지요”라는 대답을 자연스럽게 던진다. 축구선수들의 현역 은퇴 시기는 30대 전후인 것이 보통이다. 맨유의 라이언 긱스나 J2의 미우라 가즈요시, 전남의 김병지 같은 선수가 불혹을 넘겨서도 무서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다. 이어서 “국가대표 경력이 조금만 있으면 몸값은 더 올라가요. 수도권 구단의 ××× 같은 선수 정도면 보통 10억원은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는 다소 가십성 정보도 덧붙인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축구선수들은 꽤 돈을 많이 받는군요. 축구는 정말 대단하네”라는 반응을 보인다.
지금까지 이런 대화를 함께 나눴던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추측이다. 프로축구는 야구와 달리 선수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다. 물론 구단 관계자, 에이전트 등 주변인을 통해 사실에 가까운 정보를 듣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많고, 엄청난 승리수당이 존재하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로 누가 얼마를 받는지, 구체적인 근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클래식 선수들의 평균연봉을 공개했다. 14개 구단 467명 선수의 평균연봉은 1억4천만원가량. 경기도 수원 삼성은 1인 평균연봉이 2억9천만원으로 14개 구단 중 가장 높았다. 확실히 많이 받는다.
프로축구연맹이 선수들의 평균연봉을 공개한 뒤 주를 이뤘던 반응은 “관중도 없는데 돈을 엄청 받네”였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 첫걸음을 계기로 앞으로는 조금 다른 식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선수는 정말 연봉을 많이 받는다면서요?” “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많이 받아요?”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관중도 많이 없는데….” “맞아요, 프로축구는 왜 그렇게 관중이 없죠?”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혹시 축구장에 가본 적 있으세요?” 축구장에 가보지 않은 사람을 나쁜 사람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한국 프로축구는 지금 많은 것을 공개하고 또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균연봉 공개라는 파격적인 소재의 힘을 빌려서라도, 그 사실을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목적은 단 하나다. 더 많은 팬들을 경기장으로 부르고 싶어서다.
이은혜 SBS ESP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