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방권’은 ‘까임 방지권’의 줄임말이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계에서는 드물게, 아니 그 스펙트럼을 사회 전체 ‘공인’으로 확대해도 드물게, ‘까방권’을 적어도 두 장은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장은 2002년에 획득했다. 한국 축구사를 넘어,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야기할 때 영원히 반복될 그 장면. 홍명보가 2002 한·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환하게 웃는 장면이다. 그 순간에 홍명보 감독은, 웬만한 일로는 ‘안티’가 생길 수 없는 신의 영역에 올라섰다.
홍명보 감독은 그로부터 10년 뒤 본인의 힘으로 한 장의 ‘까방권’을 더 획득했는데 바로 사상 첫 축구 올림픽 메달이다. 월드컵 무대에는 30년 넘게 끈질긴 생존력으로 줄곧 이름을 올렸으면서도, 한국 축구는 메달이 걸려 있는 대회와는 큰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지도자로 변신한 홍 감독은 2012년 축구 종가 영국 런던에서 한국 축구에 올림픽 동메달을 안기며 그 역사마저 다시 썼다. 그리고 드디어, 퍼즐은 마지막 조각을 찾고 있다. 물론 앞으로 남은 그의 축구 인생이 더 길기에, 당장 1∼2년 안에 홍명보가 한국 축구사에서 사라질 일은 없겠지만, 이 퍼즐의 테마가 ‘태극마크’와 관련된 것이라면 퍼즐은 정말 마지막 조각만을 남겨두게 됐다. ‘영원한 리베로’가 드디어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었다.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 천하의 홍명보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아무리 ‘까방권’을 두 장이나 가지고 있어도 결코 편할 수 없는 자리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100가지 일을 하면 99가지 정도는 대체로 욕을 먹는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 축구가 30년 가까이 공들여 키워온 가장 큰 자산, 홍명보마저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상처받게 된다면 그 파장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브라질월드컵은 오히려 충격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1년을 남겨두고 부임한 이상 월드컵에서 최악의 실패만 경험하지 않는다면 홍 감독이 가진 두 장의 ‘까방권’은 충분히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진짜 도전은 아시안컵일지 모른다. 1960년 우승을 끝으로 반세기 가까이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정상의 자리에 서지 못했다. 홍 감독은 2015년 아시안컵까지 국가대표팀과 계약했다. 만약 그가 아시안컵 우승마저 한국 축구사에 추가한다면 그는 ‘직장의 신’이라 불러 마땅한 존재가 된다. 동시에 세 번째 ‘까방권’을 획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기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 조직에서 두 번은 승승장구해도, 세 번은 승승장구하기 힘들다.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실 두 번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하지만 두 번이나 해낸 사람은 세 번째도 해낼지 모른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신뢰’는 홍명보 축구가 가진 가장 중요한 힘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신(神)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SBS ESP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