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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강동희 감독 승부조작 혐의
등록 2013-03-16 17:19 수정 2020-05-03 04:27
한겨레 김태형 기자

한겨레 김태형 기자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쌓여간다. 세상에서 잘 쌓이는 것 중 하나인 듯하다. 농구계에서도 ‘거짓말’ 논란이 터졌다. 승부조작이다. 강동희 감독은 2011년 2∼3월에 벌어진 경기에서 선수 교체 등의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뒤 순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다는 추측이 나온다. 강동희 감독과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승부조작 브로커로 구속돼 혐의가 포착됐지만 강 감독은 승부조작 사실을 강하게 부인한 상태다.

승부조작 사태는 종목을 불문하고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스포츠계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장 먼저 사태가 불거진 곳은 프로축구였다. 2011년 프로축구에서 승부조작이 발각됐을 때 팬들에게 가장 충격을 주었던 대목은 국가대표까지 지낸 수원의 최성국 사례였다. 그는 검찰에 출두하는 순간까지도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끝내 혐의가 입증돼 선수 자격이 영구 정지됐다. 또 다른 국가대표급 선수였던 공격수 김동현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은 물론 브로커 노릇까지 했다는 사실이 발각됐고 이후 납치·강도 사건까지 일으켜 법정 구속되는 등 나락으로 추락했다.

사실 당시 축구계를 시작으로 야구·배구에까지 승부조작 여파가 불거졌던 터라 기자들 사이에서는 “농구는 어떻게 막았나”는 흉흉한 농담까지 돌았을 정도다. 4대 스포츠에 해당하는 종목 중 세 종목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는데 농구계는 유독 잠잠했기 때문이다. 종목의 특성상 농구만큼은 승부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꽤 설득력 있어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만약 강동희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가 확정된다면 그야말로 레전드급 배신이다. 스포츠계에 오랫동안 몸담은 기자부터 ‘강동희 선수’가 아닌 ‘강동희 감독’을 먼저 알아온 기자까지 그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던 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가 평소 격의 없고 솔직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이 많았기에 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충격도 더했다.

스포츠는 규칙과 승패가 명확한 세계다. 오심도 있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애매한 해석도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조작이나 거짓말이 통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다만 그런 일을 가능케 할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감독이나 심판. 그리고 중요한 포지션의 선수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조차 동료의 땀을, 누군가의 꿈을, 순수한 열정을 더럽힐 권리는 없다. 죗값을 치를 수는 있어도 배신이 낸 상처를 지울 방법은 없다. 누군가의 얄팍한 윤리의식 때문에, 누군가의 꿈이 크게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허무함을 넘어 슬픈 탄식이 들려온다. ‘제2의 강동희’를 꿈꿨던 누군가가 지금, 많이 아파하고 있다.

SBS ESP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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