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번’이라는 말이 있다. 꽃노래조차 삼세번이다. 지리멸렬한 진실 공방이라면 어떻겠는가. 물론 처음에야 ‘의혹’ ‘상처’ ‘미궁’ ‘협박’ ‘오해’ 따위의 단어가 드라마틱하게 쌍방을 오가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아쉽지만, 이런 측면 또한 프로의 세계가 지닌 냉정함이라고 생각한다.
축구계에서는 ‘이천수’라는 이름이 점점 그렇게 돼가는 것 같다.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아니라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이 세 글자의 이름은 ‘축구선수’와 한 문장에 쓰일 일이 결코 없어 보이는 단어들과 가장 많은 조합을 가지고 있다. 종류와 수위, 영역과 강도도 상상을 뛰어넘는다. 천재라는 단어가 어느 날은 악마의 재능이 돼 있기도 하고, K리그의 악동이 일순간 스페인 리그에서의 실패자가 되었는가 하면 연예인이나 여자 문제, 에이전트와의 불화나 소송, 때로는 중동이나 임금체불 같은 특수한 상황까지. 주먹이라든지, 항명파동이나 임의탈퇴, 재판 같은 단어가 그의 이름과 함께 들리면 조금 과장을 보태 이제는 살짝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천수는 한국 축구 역사상 손꼽힐 만큼 화려했던 기량만큼이나 파란만장한 개인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2013년. 그가 다시 한국 축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수원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2009년까지 K리그에서 임의탈퇴 신분이던 이천수는, 그해 초 박항서 감독의 뜻에 힘입어 전남에 입단하며 축구로 재기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뒤 중동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고, 코치진과 주먹다짐을 벌였다는 후문까지 일파만파 퍼지더니 결국 다시 K리그에서 임의탈퇴 신분이 됐다. 전남이 탈퇴 처분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이천수는 더 이상 한국 프로축구에 발을 들일 수 없다. 최근 이천수의 친정팀인 인천이 그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전남으로서는 “우리가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불편하다”며 언짢아하는 상황이다.
아주 간단명료하게 정리하면 이천수는 전남과 ‘싸우고’ 구단을 나갔다. 싸움의 뒤에는 언제나 오해가 있다. 상처가 남는다. 시간이 흘러 흉터가 된 잔상을 보며 용서를 구하지만 감정의 골은 깊고, 화해는 더 어렵다. 그래서 여전히 싸우고 나간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 사이 그의 축구 재능은 쇠락해지고 있다. 이렇게 ‘이천수’라는 이름의 진실게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과 가장 먼 단어가 축구선수라고 느끼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 진실게임처럼 피가 마르도록 지루한 싸움도 없는 듯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진실’이란 게 실체가 있기는 한 것일까? 점점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혼란스러운 세상이 돼가는 건 아닐까? 그 어디에도 진실이란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 왠지 조금 서글퍼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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