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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의 징계를 경감해준 사실이 논란이 됐다. 국가대표팀 서포터 붉은악마가 A매치 경기 중 연맹의 징계 경감 결정을 비판하는 걸개를 내걸었고, K리그 클래식 클럽의 서포터들 역시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를 차용해 ‘과거를 잊은 연맹에게 미래는 없다’는 현수막을 경기장에 내걸었다(사진).
승부조작 사건은 2011년 한국 축구계를 강타했다. 혐의를 받거나 연루된 선수와 감독 중 일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이름도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다. 1년 넘게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싸워야 했던 선수가 있는가 하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다시 범죄에 가담한 선수도 있었다. 연맹은 사법처리 절차와 별도로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을 철저히 징계했다. 영구 자격정지, 보호관찰, 사회봉사활동 명령 등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약 2년 뒤. 연맹은 스스로 내렸던 징계를 스스로 거두었다. 연맹 이사회가 승부조작 선수들의 징계 경감 결정을 발표한 것은 지난 7월 중순. 국가대표 기성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으킨 파문이 축구계를 강타한 시점이었다.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고 각계각층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주홍글씨’가 시간과 용서로 지울 수 있는 것이었다면, 애초에 우리는 그것을 ‘주홍글씨’라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을 쏟은 대상에게 당한 배신은 쉽게 잊기 힘들다. 아니, 승부조작은 이런 감상과 아무 관련이 없는 범죄행위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종의 ‘선처’를 해준 연맹이나 그 결정을 비판하는 쪽 모두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이 결과적으로 다시 한국 축구계에서 뛰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듯하다.
연맹은 행정기관의 입장에서 올해 7월에는 선수들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줘야 적어도 1년 혹은 2년 뒤에라도 이들 중 일부가 다시 축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가중치를 두었고, 비판하는 쪽은 정의의 차원에서 1~2년 뒤에도 이들에게는 축구를 다시 할 자격이 없어야 하고, 그것만이 비슷한 범죄의 재발 방지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점에 더 가중치를 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 문제가 ‘죄인을 풀어줬다’는 단순한 논리로 귀결되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세상의 어떤 일들은, 그 일이 그렇게 되기까지 아주 많은 순간과 너무나 복잡한 시간과 슬픈 이유가 쌓여간 경우가 많다. P.S. 지금 절망의 끝에 서 있는 당신에게. 어디선가 당신을 욕하고 비난하고 저주하는 댓글을 읽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만 스스로 생을 저버리는 선택만은 하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당신이 뛴 것은 결코, 죽기 위한 게임은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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