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한국 프로축구엔 볼거리가 많다. 인민 루니가 한국에서 뛰고, 악동 이천수가 돌아왔다. 3월 말에는 차두리(사진)까지 어쩌 면 자신의 현역 마지막 무대가 될지 모를 곳으로 K리그 클래식을 택했다. 동료 기자와 “세상에, 정대세ㆍ이천수ㆍ차두리가 한 시즌에 함께 뛰는 모습을, 그것도 K리그에서 보게 되다니”란 농담을 했다.
하지만 공허함은 지울 수 없다. K리그 클래식행을 택하기 전까지 독일 무대에서 뛰던 정대세는 몸담고 있던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 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있었다. 본인 스스로가 복잡한 주변 상황으로 인해 아예 전 력 외 선수로 분류됐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그는 1년 가까이 실전 무대를 밟지 못 하다가 어렵사리 한국행을 택했다. 그가 최고로 잘나가던 시기에 한국행을 택할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았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때늦은’ 등장이라는 기분과 다 소 아쉬운 마음까지 다 부정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식일지 모른다.
이천수의 경우는 더하다. 그가 가진 재능과 흥행성을 생각하면 이천수가 이대 로 은퇴 절차를 밟는 것은 오히려 한국 축구에 손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 만, 역시나 그가 2009년에 ‘문제의 사건’을 일으키지 않고 지금까지 쭉 한국 프 로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해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존재한다는 것은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차두리의 경우는 ‘조금 더 일찍 왔으면’ 하고 대놓고 아쉬워하기가, 이쪽이 더 무 안한 상황이다. 그가 어찌됐든 한국행을 택한 것에는, 프로축구 선수로서의 의 미 있는 결정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복잡한 개인사가 얽혀 있다. 이 혼과 축구는 별개의 문제고, 사실 한국 축구선수 중에 개인사로 가십에 오르내 린 선수는 이천수 정도였다. 더욱이 평소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차두리가 ‘결 국 이혼하고 K리그로 왔다’는 문장에, 한국 축구팬들 중 누군가는 어떻게 반응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할 것이다.
각자의 프리퀄은 모두 조금씩 개운치 못하지만 이들 덕분에 이번 시즌 한국 축 구는 확실히 더 볼거리가 많아졌다. K리그 클럽들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아무리 맹위를 떨쳐도 좀처럼 야구 중계를 밀어내지 못한다. 프로야구는 벌써 700만 관중이 넘었는데, 축구장에는 늘 팬이 없어서 젊은 선수들이 많이 힘 들어한다. 그러니 어찌됐든, 이번 시즌 한국 프로축구 무대에 볼거리가 많아진 것은 좋은 일이다. 이렇게 조금씩 화제가 많아지다보면 언젠가는 축구장에도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누군가 ‘아무리 늦어도, 박지성 이 은퇴는 한국 프로축구에 와서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을 절대 추접스럽다 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혹이 된 박찬호의 한국 무대 데뷔전을 기다릴 때도 그 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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