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 ‘떨치어 일어남, 또는 떨치어 일으킴’이란 뜻으로, 영어로 옮기면 프로모션(promotion)이다. 규제. ‘규칙이나 규정에 의하여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음’이란 의미를 갖는다. 영어로는 레귤레이션(regulation) 또는 리스트릭트(restrict). 두 어휘는 대척 관계다. 그런데 이 대척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관이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다. IAEA의 두 얼굴을 한국판 12월호가 파헤쳤다.
핵산업계와 긴밀한 방사능방호위원회
프랑스 언론인 아그네 시나이는 “원전 감시와 핵에너지 홍보야말로 여타 기관과 다른 IAEA의 역설적인 특징을 드러내준다”고 꼬집는다. ‘IAEA, 독립성 상실한 핵에너지 감독관’이란 기사에서다. IAEA는 실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전 6기의 상태와 관련해 각계의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한 보도문을 내왔다. 보도문의 근거는 핵전력 기업인 도쿄전력과 일본 핵산업안전청이 보내온 자료였다.
이런 IAEA의 활동은 유엔 기구 중에서도 매우 예외적이다. 특정 산업에 의존적이고, 이 산업 분야를 지원하는 일이 기구의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핵에너지 시장에 대한 고려가 원자력 관리를 위한 국제 기준을 마련하는 일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원전 판로 전망에 따라 국제 기준이 왔다갔다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방사능 방호 분야를 담당하는 국제 위원회들이 핵산업계의 주요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1928년 설립돼 방사능 방호 기준을 제시하는 국제방사능방호위원회에는 러시아원자력공사, 프랑스전력공사 등 원전산업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기구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일본 정부에 제시한 방사능 방호 기준이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당시 소련이 채택한 기준보다 훨씬 느슨했다는 점은 IAEA를 포함한 원자력 국제기구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 아니란 사실을 뒷받침한다.
제롬 캐러벨 미국 버클리대 교수(사회학)가 쓴 ‘미국 대선, 남부 전략의 끝’은 지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담긴 정치사회학적 함의를 분석한다. ‘남부 전략’은 미국 남부 백인들의 인종주의 성향을 자극해 표를 결집했던 공화당의 캠페인 전략을 지칭하는데, 1960년대 이후 공화당의 집권을 보장해온 필승 카드로 통했다. 캐러벨 교수가 볼 때, 오바마의 재선은 이 남부 전략의 파산을 의미한다. 오바마의 당선 요인 가운데 하나는 ‘남부 전략’이 태동하던 1960년대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백인 유권자 비율(90%→72%)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바마의 당선에는 아프리카계(93%)와 라틴계(71%), 아시아계(73%)의 압도적 지지가 주효했는데, 이를 모두 더하면 민주당이 얻은 전체 득표의 43%에 해당한다. 18~29살 젊은 유권자층에서도 60%가 오바마를 지지했다. 따라서 공화당이 달라진 21세기 미국의 인구학적 맥락을 외면한 채 백인 중심의 인적 구성과 정책을 고집한다면 심각한 정치적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캐러벨은 예언한다.
좌파 정부와 우파 언론의 ‘표현 자유’ 갈등이 밖에 클로드 모네의 인상주의 회화 작품으로 유명한 ‘생라자르역’의 리모델링 사례를 통해 공공 공간의 민영 개발 문제점을 짚은 프랑스 작가 브누아 뒤퇴르트르의 ‘생라자르역의 신경영’, 브라질·베네수엘라·에콰도르 등 좌파가 집권한 중남미 국가에서 정부와 우파 언론이 벌이는 ‘표현의 자유’ 논쟁을 조명한 르노 랑베르의 글도 눈길을 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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