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전 어린이날과 청소년의 날이 돌아오면 불량식품과 만화를 함께 쌓아두고 화형식을 벌이는 행사가 열렸다. 만화가들은 일부 폭력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웹툰을 두고 시작된 최근의 논란이 웹툰 전체에 대한 단속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다. 좀체 움직이지 않던 만화가들은 귀귀 작가의 연재가 중단되자 발걸음이 빨라졌다. 공동 성명 발표에 이어 1월13일 우리만화연대·한국만화가협회·여성만화작가모임 등 6개 단체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비상 모임이 열렸다. 만화가들의 상처와 위기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우리만화연대 김병수 부회장은 “ 이후 다음 희생양이 누가 될지는 뻔하다. 등 학원물이 집중 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만화가들 사이에선 이미 자체 검열이 시작됐다”고 했다.
학원물을 전혀 그리지 않는 작가들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 마찬가지다. 을 그린 정철 작가는 “만화에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묻는 구태가 하루이틀 된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정도가 지나쳤다”고 했다. 를 그린 김홍모 작가는 “평소 학교 성적표 매기기를 즐기는 언론들이 쟁점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학교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들고 있는 어른들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아이들 가슴에 응어리를 더 얹는 꼴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연재만화가로 활동하는 윤태호, 정철, 전상영, 이종규·이윤균 작가 등은 “학교 폭력의 원인을 만화로 돌리려는 불순한 의도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만화를 보내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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