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은 온 국민이 즐겨 감상하고 수많은 팬들이 수준급의 해설까지 할 수 있는 종목이 됐다. 그렇다면 생활 스포츠로는? 김연아의 인기에 힘입어 입지가 올라갔다고는 해도, 초등학교 6학년 소녀들이 포털 사이트에 ‘지금부터 배우면 너무 늦은 걸까요?’라는 질문을 올리는 마당에 성인 남녀가 피겨스케이팅 배울 엄두를 내긴 쉽지 않을 것 같다.
나이와 상관없이 피겨스케이팅이야말로 ‘여자들에게 가장 적당하고 합리적인 운동’이라고 적극 권장하던 시대가 있었으니, 1920~30년대의 이야기다. 당시 일본 정부가 새로운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검열을 완화함에 따라 한국에서는 잡지 창간이 붐을 이뤘다. 이때 여성지에서는 여가에 관한 기사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그중에서도 스포츠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미국 잡지의 칼럼을 번역한 “세계적 대왕의 테니쓰 잘 치게 되는 법”이나 등산할 때는 치마보다는 바지를 입고 “흉하던지 곱던지 다만 편리할 도리만 해가지고 유쾌하게” 산에 오르라고 강조하는 ‘여성과 등산’과 같은 스포츠 기사들이 넘쳐난다.
특히 눈에 띄는 기사는 1937년 2월 제2권에 실린 ‘여성과 스케팅’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가정부인과 여성독자제씨여, 지금은 보건 운동 중에도 가장 고결하고 경제적 스포-츠인 윈터-스포-츠 씨-슨 즉 스 씨-슨이 왔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이 기사는 스케이트의 개념, 피겨스케이팅과 프리스케이팅, 스케이트 고르는 법, 초보자가 익혀야 할 기본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피규어스켙-잉’은 “딴스음악에다가 스-잉을 무용화식힌겄”으로 “녀자에게는 위생상으로 보든지 미용상으로 보든지” 가장 적당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기사에 따르면, 피겨스케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규칙한 자세가 습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피규어스켙-잉 시에 그린 모형이 아모리 정확하고 아름답게 되어도 활빙 중에 자세가 불규칙하게 어깨를 구부리든지(…) 손을 이리저리 함부로 돌리든(…) 한다면 참말로 우슴거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을 보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그 후에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도표를 만들어 “여덜 가지 긔본 도형”까지 알려준다. 이 기사 하나면 피겨스케이팅의 기본은 완벽 마스터할 것 같다!
자, 여성독자제씨여, 피규어스켙-잉은 “언제든지 시간만 있으면 자유로 할 수” 있으며 현대에는 사시사철할 수 있는 실내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TV 앞에 앉아 김연아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움직임만 넋을 잃고 찬양할 것이 아니라 “그대의 건강을 위하야 진출하여주시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칼럼은 이만 총총.
김지현 시나리오작가 지망생
<font color="#877015">*참고문헌</font><font color="#877015">: , 국학자료원</font>
<font color="#008ABD">* ‘판다의 시시콜콜 스포츠사’는 역사·영화·문학 작품에 숨어 있는 시시콜콜한 스포츠 이야기들을 찾아 연재합니다.</font>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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