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중에 알코올중독만 한 병이 있을까!” 19세기 미스터리 문학의 대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에 나오는 주인공의 독백이다.
문학은 경험에서 비롯한다 했던가. 지독한 술꾼이었던 포는 술에 취하기만 하면 이를 드러내던 인간의 광기를 참으로 세밀하게 그렸다. 에서 점점 술에 의존해가던 ‘나’는 “하루가 다르게 침울하고 신경질적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는 상관 않는 사람”이 돼간다. “술로 인해 극악무도하다는 말로도 모자란 악의가 생겨났고,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바로 그 악의에 휩싸여 전율했다.”
또 다른 단편 ‘고자질쟁이 심장’의 ‘나’는 어떤가. 그는 알코올중독 증세에 시달리는 환자를 섬뜩하게 재현한다. 예민한 주인공은 어느 날 이웃 노인의 눈이 혼탁하다 느낀다. 노인을 좋아했던 그는 노인의 눈을 ‘대머리 독수리의 눈’이라 치를 떨며 그 눈에서 영원히 벗어나기 위해 살인을 계획한다. 능청스럽고 빈틈없이. 완벽한 범죄는 이뤄졌고 수사를 위해 주인공의 집을 찾은 경찰들은 의심 없는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나’는 그 미소를 비웃음으로, 그들의 말소리를 심장 조이는 귀울림으로 듣는다. 게거품을 입에 문 주인공의 극에 다다른 망상과 환청이 소설의 결말이다.
포가 병 중의 병, 알코올중독으로 세상에 안녕을 고했다는 설은 일반적이다. 포는 1809년 1월19일에 태어나 1849년 10월7일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죽음은 그 소설만큼이나 미스터리하다. 마흔 해의 가을, 포는 미국 버지니아에서 뉴욕의 집으로 가겠다며 증기선에 오른다. 그러나 그가 발견된 곳은 뉴욕이 아니라 볼티모어다. 예정에도 없던 지역에서 그는 행려병자에 가까운 모습으로 발견된다. 지독하게 술에 취한 상태로. 볼티모어의 작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초라하게 식은 그의 몸에 생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10명 남짓한 추모객만 참여한 쓸쓸한 장례식이 치러졌다. 비석 하나 세워주는 이 없었다. 그는 죽었으므로 그가 왜 연고도 없는 볼티모어를 방문했는지, 발견 당시 왜 남루한 남의 옷을 입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미스터리한 죽음 뒤에는 미스터리한 조문이 따른다. 매년 1월19일, 포의 기일도 아닌 생일에,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웨스트민스터홀 교회에 있는 포의 묘지에 의문의 남자가 다녀간다. 그는 2009년까지 6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포의 묘지에 나타나 반쯤 비운 코냑 한 병과 장미 세 송이를 남기고 갔다. 물음표의 남자는 ‘포의 건배자’라는 별명으로 불릴 뿐 아무도 그의 신원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포가 술독에 빠진 이유는 비교적 미스터리하지 않다. 포의 사십 평생을 훑어보면 그가 단 하나 의지할 수 있던 것은 오로지 술이었던 같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유년기, 양부와의 갈등, 결핵과 가난에 빼앗긴 아내, 손만 대면 실패하는 사업, 우울증, 살아 있을 때는 물론 한 세기가 지나도록 인정받지 못한 문학적 재능….
그래서 다시 ‘검은 고양이’ 주인공의 독백으로. “나는 다시 술독에 빠졌고 내가 저지른 모든 일의 기억을 술 속에 파묻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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