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들 덕분에 올해도 즐거웠다. 영화와 드라마 속 대사, 노래 가사,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와 애드리브까지 어떤 말은 유쾌하게 웃겨줬고, 어떤 말은 시원하게 속을 뚫어줬고, 어떤 말은 심금을 울렸다. 2010년 한 해 동안 들었던 말들 중 ‘밑줄 쫙, 별 다섯 개 뿅뿅뿅’ 해도 될 만큼 입에 착착 감겼던 그 말들, 뭐가 있을까?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던 의 천지호, 애타게 소미를 찾아헤매던 의 아저씨, 파출소를 제 집처럼 드나들던 술 푸는 성광씨, 신드롬을 일으킨 개그+음악 듀오 UV(유세윤·뮤지), 올해 최고의 발견인 송새벽이 재창조한 의 변학도, 똑같은 말을 두 번씩 하며 정신을 혼미하게 했던 걸그룹 ‘오렌지캬라멜’이 할 말이 있다며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이에 질세라 의 김주원 사장, 의 유생들, 의 개그맨들, 걸그룹 멤버들이 댓글을 달았다. 자, 클릭하시라.
글과 댓글을 보고 ‘이게 어디에 어떻게 나왔던 거지?’ 갸우뚱한다면 올 한 해 자신의 ‘친대중문화지수’를 의심해볼만하다. 내년에는 더욱 분발해 유행어를 즐길 것을 촉구하며, 어디에서 어떻게 나온 말인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마지막에 작은 설명서를 달아놓았다.
<추노>의 천지호
① 언니, 나 누구게?
의 지호
오지호인 줄 알고 클릭한 언니, 언니는 말이요, 오늘 내 손에 죽을게요.
난 말이야, 은혜는 안 갚아도 원수는 갚아요.
나 천지호야~ 천지호!
└→여림언니: 왜 이래, 나 구용하야~!
└→제빵킹: 제 이름은 김탁구입니더. 탁구를 잘해서 김탁구가 아니라 높을 탁(卓) 구할 구(求)를 써서 김탁굽니더.
└→김사장: 난 이렇게 댓글이나 다는 거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되는 그런 사람이야, 내가. 뭐 혹시라도 알게 되면 ‘어머 내가 저런 분과 나란히 댓글을 쓰려고 경거망동했단 말이야?’ 뭐 그런 생각들 할 사람이라고, 내가.
└→DOC하늘이형: 김사장 마이크 싸가지 테스트 원투, 원투. 니네 내가 누군지 모르나 본데 나 이런 사람이야. 학벌이 어디더라 돈벌이 얼마더라 앵벌이 이런 개나리 진달래 십장생 연봉이 내 명함이고 차가 내 존함이고 집이 내 성함이고 참 유감이고.
└→혁: 쳇, 내가 누군지 몰라? 쿨한 형, 동혁이 형이야.
└→빈: 난, 옆집 아저씨….
영화 <아저씨>
② ………(아저씨는 머리 깎는 중)
아까 그 옆집 아저씨
└→구미호계의T.O.P: 소 먹자! 나 꼬리털 나고 이런 기분 처음이야! 나 기분 좋아서 꼬리 튀어나올라 그래!
└→남하당: 소오~? 소오오오오~? 우리 때는 여자들이 소 먹는 건 상상도 못했어. 여자들이 자꾸 소를 먹고 있으면 소는 누가 키워? 키우라고 했더니 잡아먹고 말이야, 쯧쯧쯧쯧.
└→ex미실: 우린 대체 뭘 믿고 살아야 합니까! 내 아이에게 내일만 사는 놈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아아아!”
영화 <방자전>의 변학도
③ 목표가 뚜려단 남자
변학도
현감 왜 한 줄 알아요? 여자들이랑 잘 수 있잖아요. 그거 하나면 돼요.
특이한 여자요? 아우 둑죠.
이런 문제는 예민하니까 나서지 말라구요.
춘향아, 너 자꾸 그러면 내가 진짜, 좋다.
너 자꾸 그러니깐… 내가 더, 좋다.
난 네가 이러는 게 왜 이렇게, 좋냐.
└→산수유사장님: 이거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선준도령: 니가 좋다, 김윤식.
└→참교육선준엄마: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에이즈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
└→손병호: 목표가 뚜려단 남자, 손가락 접어!
개그콘서트
④ 여기는 파출소
술 푸는 성광씨
누가 이렇게 떠들어?
뭐? 떠들면 공무집행방해라고? 그런 법이 어딨어? 그런 법을 누가 만들어?
국회에서 만든다고? 국회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
그 사람들도 난동 피우고 다 하는데!
아, 그 사람들은 1등이다? 1등만 대우받는 더러운 세상!
└→술푸는역전의남주: 제가 살아보니깐 인생은 갑과 을이더라고요. 한 거 없이도 ‘빽’ 하나로 상석에 앉아서 사람들 무릎 척척 꿇릴 수 있고 맘에 안 들면 싹둑 잘라버릴 수 있는 사람이 갑, 죽어라 충성을 다 바쳐도 꿇으라면 꿇고 나가라면 나가는 사람들이 을. 갑 눈에는 우스워 보일지 몰라도 여기 있는 을들, 자기 밥값은 하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에? 몰라도 너무 모르시는 거지, 몰라….
└→오스카짱: 삼신 할머니 랜덤 덕에 부모 잘 만나 세상 편하게 사는 남자들, 저랑 놀 주제 못 됩니다.
└→주양검사: 이 사람들, 법 무서운 줄 모르는구만.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나 원 참.
└→조필연: 나는 정의 따위 안 믿어. 정의는 인생의 패배자들이 들어놓는 보험 같은 거지.
└→안티조필연강모: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결국 돈에서 나온다는 거. 돈으로 남의 것을 빼앗고 빼앗은 것으로 또 돈을 벌고. 세상 참 더럽지 않아?
UV
⑤ 쿨하지 못해 미안해
작성자: UV(유부남 둘)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
합의하에 헤어져놓고 전화해서 미안해.
며칠 전엔 0번으로 문자 보냈어. 그럼 알 줄 알았어. 나도 0번으로 문자 올 줄 알았어. 근데 없어 486으로도 보냈어. 1004로도 보냈어.
왜 나랑 일촌 끊었어? 괜히 끊었어 괜히 끊었어. 걱정하지 마, 다시 일촌 하면 돼. 뭐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예전 그때처럼 ‘내 사랑 유세윤’으로.
집행유애야, 사랑은 집행유애야. 어쩔 수 없어 사랑은 집행유애야. 도대체 안 되는 게 왜 이리 많은가 문자 이모티콘 왜 안 쓰는가.
잘 자 얘기하곤 잠은 자는가 TV 보는가 인터넷 하는가.
어젯밤 사랑한단 말, 니 말투가 난 거슬려.
왜 다정하게 못하냐, 뭐냐 너 웃냐.
└→행복한명수: 탈무드에 결혼과 죽음은 늦는 게 낫다는 격언이 있어요. 그러니까 하지 마, 이 멍충아! 그렇게 얘기했는데…!
└→미쿡박존씨: 아무리 네가 날 쳐밀도…, 휴우.
└→슈퍼스타(가되고싶은)심사위원: 제 점수는요….
└→김성주: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힙통령: 첵, 허허허허(기침), 암더코리아타크래히파모버블패블터블고저비드로그루부느.
└→두번군대간남자싸이: 뭐야, 이거! 목에서 기계 소리 빼!
└→합창단칼마에: 플랫(♭)!
└→슈퍼스타(가되고싶은)심사위원: 오늘은 불합격 드리겠습니다.
오렌지캬라멜
⑥ 오빠! 똑같은 말 두 번씩 하면 귀여울까염?
오렌지캬라멜을 좋아하는 마법소녀
사랑인지 뭔지 그 심정이 미칠듯이 궁금해
소란해 소란해 내 가슴에 불난듯이 소란해져
책임져 책임져 날 책임져 날 이렇게 만든 너
└→f(x)함수소녀: 나 어떡해요 언니? 내 말을 들어봐 내 그 사람을 언니? 모르겠어요 참 엉뚱하다 맨날 나만 놀리지? 내가 정말 예뻐 그렇다는데 독창적 별명 짓기, 예를 들면 ‘꿍디꿍디’ 맘에 들어 손 번쩍 들기 정말 난 NU 예삐오(ABO).
└→미스에이소녀: 춤출 땐 bad girl 사랑은 good girl, 춤추는 내 모습을 볼 때는 넋을 놓고 보고서는 끝나니 손가락질하는 그 위선이 난 너무나 웃겨.
└→지금은소녀시대: 오(Oh), 오, 오, 오, 오빠! 너 때문에 내 마음은 갑옷 입고 이젠 내가 맞서줄게 네 화살은 Trouble! Trouble! Trouble! 나를 노렸어 너는 Shoot! Shoot! Shoot! 나는 훗! 훗! 훗!
└→김사장4.5촌한류스타오스카: 오빠, 되게 쉬운 남자다.
└→태양오빠: 치마보다 청바지가 더 잘 어울리는 그런 여자, 김치볶음밥은 내가 잘 만들어 대신 잘 먹을 수 있는 여자, 나이가 많아도 어려 보이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아까그김사장: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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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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