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찧고 까부는 말들로 빵 터졌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나 이런 사람이야~” 등
<아저씨>부터 <시크릿 가든>까지 2010년을 웃기고 울린 말들의 풍경
등록 2010-12-30 17:55 수정 2020-05-03 04:26

그 말들 덕분에 올해도 즐거웠다. 영화와 드라마 속 대사, 노래 가사,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와 애드리브까지 어떤 말은 유쾌하게 웃겨줬고, 어떤 말은 시원하게 속을 뚫어줬고, 어떤 말은 심금을 울렸다. 2010년 한 해 동안 들었던 말들 중 ‘밑줄 쫙, 별 다섯 개 뿅뿅뿅’ 해도 될 만큼 입에 착착 감겼던 그 말들, 뭐가 있을까?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던 의 천지호, 애타게 소미를 찾아헤매던 의 아저씨, 파출소를 제 집처럼 드나들던 술 푸는 성광씨, 신드롬을 일으킨 개그+음악 듀오 UV(유세윤·뮤지), 올해 최고의 발견인 송새벽이 재창조한 의 변학도, 똑같은 말을 두 번씩 하며 정신을 혼미하게 했던 걸그룹 ‘오렌지캬라멜’이 할 말이 있다며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이에 질세라 의 김주원 사장, 의 유생들, 의 개그맨들, 걸그룹 멤버들이 댓글을 달았다. 자, 클릭하시라.
글과 댓글을 보고 ‘이게 어디에 어떻게 나왔던 거지?’ 갸우뚱한다면 올 한 해 자신의 ‘친대중문화지수’를 의심해볼만하다. 내년에는 더욱 분발해 유행어를 즐길 것을 촉구하며, 어디에서 어떻게 나온 말인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마지막에 작은 설명서를 달아놓았다.

<추노>의 천지호

<추노>의 천지호

① 언니, 나 누구게?
의 지호

오지호인 줄 알고 클릭한 언니, 언니는 말이요, 오늘 내 손에 죽을게요.
난 말이야, 은혜는 안 갚아도 원수는 갚아요.
나 천지호야~ 천지호!

└→여림언니: 왜 이래, 나 구용하야~!

└→제빵킹: 제 이름은 김탁구입니더. 탁구를 잘해서 김탁구가 아니라 높을 탁(卓) 구할 구(求)를 써서 김탁굽니더.

└→김사장: 난 이렇게 댓글이나 다는 거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되는 그런 사람이야, 내가. 뭐 혹시라도 알게 되면 ‘어머 내가 저런 분과 나란히 댓글을 쓰려고 경거망동했단 말이야?’ 뭐 그런 생각들 할 사람이라고, 내가.

└→DOC하늘이형: 김사장 마이크 싸가지 테스트 원투, 원투. 니네 내가 누군지 모르나 본데 나 이런 사람이야. 학벌이 어디더라 돈벌이 얼마더라 앵벌이 이런 개나리 진달래 십장생 연봉이 내 명함이고 차가 내 존함이고 집이 내 성함이고 참 유감이고.

└→혁: 쳇, 내가 누군지 몰라? 쿨한 형, 동혁이 형이야.

└→빈: 난, 옆집 아저씨….

영화 <아저씨>

영화 <아저씨>

② ………(아저씨는 머리 깎는 중)
아까 그 옆집 아저씨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내일만 사는 놈이 그냥 커피라면, 오늘만 사는 나 같은 놈은 T.O.P야.

└→구미호계의T.O.P: 소 먹자! 나 꼬리털 나고 이런 기분 처음이야! 나 기분 좋아서 꼬리 튀어나올라 그래!

└→남하당: 소오~? 소오오오오~? 우리 때는 여자들이 소 먹는 건 상상도 못했어. 여자들이 자꾸 소를 먹고 있으면 소는 누가 키워? 키우라고 했더니 잡아먹고 말이야, 쯧쯧쯧쯧.

└→ex미실: 우린 대체 뭘 믿고 살아야 합니까! 내 아이에게 내일만 사는 놈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아아아!”

영화 <방자전>의 변학도

영화 <방자전>의 변학도

③ 목표가 뚜려단 남자
변학도

전 목표가 뚜려데요.
현감 왜 한 줄 알아요? 여자들이랑 잘 수 있잖아요. 그거 하나면 돼요.
특이한 여자요? 아우 둑죠.
이런 문제는 예민하니까 나서지 말라구요.
춘향아, 너 자꾸 그러면 내가 진짜, 좋다.
너 자꾸 그러니깐… 내가 더, 좋다.
난 네가 이러는 게 왜 이렇게, 좋냐.

└→산수유사장님: 이거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선준도령: 니가 좋다, 김윤식.

└→참교육선준엄마: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에이즈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

└→손병호: 목표가 뚜려단 남자, 손가락 접어!

개그콘서트

개그콘서트

④ 여기는 파출소
술 푸는 성광씨

누가 이렇게 떠들어?
뭐? 떠들면 공무집행방해라고? 그런 법이 어딨어? 그런 법을 누가 만들어?
국회에서 만든다고? 국회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
그 사람들도 난동 피우고 다 하는데!
아, 그 사람들은 1등이다? 1등만 대우받는 더러운 세상!

└→술푸는역전의남주: 제가 살아보니깐 인생은 갑과 을이더라고요. 한 거 없이도 ‘빽’ 하나로 상석에 앉아서 사람들 무릎 척척 꿇릴 수 있고 맘에 안 들면 싹둑 잘라버릴 수 있는 사람이 갑, 죽어라 충성을 다 바쳐도 꿇으라면 꿇고 나가라면 나가는 사람들이 을. 갑 눈에는 우스워 보일지 몰라도 여기 있는 을들, 자기 밥값은 하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에? 몰라도 너무 모르시는 거지, 몰라….

└→오스카짱: 삼신 할머니 랜덤 덕에 부모 잘 만나 세상 편하게 사는 남자들, 저랑 놀 주제 못 됩니다.

└→주양검사: 이 사람들, 법 무서운 줄 모르는구만.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나 원 참.

└→조필연: 나는 정의 따위 안 믿어. 정의는 인생의 패배자들이 들어놓는 보험 같은 거지.

└→안티조필연강모: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결국 돈에서 나온다는 거. 돈으로 남의 것을 빼앗고 빼앗은 것으로 또 돈을 벌고. 세상 참 더럽지 않아?

UV

UV

⑤ 쿨하지 못해 미안해
작성자: UV(유부남 둘)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
합의하에 헤어져놓고 전화해서 미안해.
며칠 전엔 0번으로 문자 보냈어. 그럼 알 줄 알았어. 나도 0번으로 문자 올 줄 알았어. 근데 없어 486으로도 보냈어. 1004로도 보냈어.
왜 나랑 일촌 끊었어? 괜히 끊었어 괜히 끊었어. 걱정하지 마, 다시 일촌 하면 돼. 뭐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예전 그때처럼 ‘내 사랑 유세윤’으로.
집행유애야, 사랑은 집행유애야. 어쩔 수 없어 사랑은 집행유애야. 도대체 안 되는 게 왜 이리 많은가 문자 이모티콘 왜 안 쓰는가.
잘 자 얘기하곤 잠은 자는가 TV 보는가 인터넷 하는가.
어젯밤 사랑한단 말, 니 말투가 난 거슬려.
왜 다정하게 못하냐, 뭐냐 너 웃냐.

└→행복한명수: 탈무드에 결혼과 죽음은 늦는 게 낫다는 격언이 있어요. 그러니까 하지 마, 이 멍충아! 그렇게 얘기했는데…!

└→미쿡박존씨: 아무리 네가 날 쳐밀도…, 휴우.

└→슈퍼스타(가되고싶은)심사위원: 제 점수는요….

└→김성주: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힙통령: 첵, 허허허허(기침), 암더코리아타크래히파모버블패블터블고저비드로그루부느.

└→두번군대간남자싸이: 뭐야, 이거! 목에서 기계 소리 빼!

└→합창단칼마에: 플랫(♭)!

└→슈퍼스타(가되고싶은)심사위원: 오늘은 불합격 드리겠습니다.

오렌지캬라멜

오렌지캬라멜

⑥ 오빠! 똑같은 말 두 번씩 하면 귀여울까염?
오렌지캬라멜을 좋아하는 마법소녀

사랑인지 뭔지 그 심정이 미칠듯이 궁금해
소란해 소란해 내 가슴에 불난듯이 소란해져
책임져 책임져 날 책임져 날 이렇게 만든 너

└→f(x)함수소녀: 나 어떡해요 언니? 내 말을 들어봐 내 그 사람을 언니? 모르겠어요 참 엉뚱하다 맨날 나만 놀리지? 내가 정말 예뻐 그렇다는데 독창적 별명 짓기, 예를 들면 ‘꿍디꿍디’ 맘에 들어 손 번쩍 들기 정말 난 NU 예삐오(ABO).

└→미스에이소녀: 춤출 땐 bad girl 사랑은 good girl, 춤추는 내 모습을 볼 때는 넋을 놓고 보고서는 끝나니 손가락질하는 그 위선이 난 너무나 웃겨.

└→지금은소녀시대: 오(Oh), 오, 오, 오, 오빠! 너 때문에 내 마음은 갑옷 입고 이젠 내가 맞서줄게 네 화살은 Trouble! Trouble! Trouble! 나를 노렸어 너는 Shoot! Shoot! Shoot! 나는 훗! 훗! 훗!

└→김사장4.5촌한류스타오스카: 오빠, 되게 쉬운 남자다.

└→태양오빠: 치마보다 청바지가 더 잘 어울리는 그런 여자, 김치볶음밥은 내가 잘 만들어 대신 잘 먹을 수 있는 여자, 나이가 많아도 어려 보이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아까그김사장: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설명서

글①- 천지호(성동일), 구용하(송중기), 김탁구(윤세윤), 김주원(현빈), DJ DOC ‘나 이런 사람이야’, 동혁이 형, 영화 아저씨(원빈)
글②-영화 아저씨(원빈)·T.O.P 커피 광고, 미호(신민아), ‘두 분 토론’ 박영진, 서혜림(고현정)
글③-영화 변학도(송새벽), 천호식품 광고, 이선준(박유천), ‘참교육어머니전국모임’·‘바른성문화를위한전국연합’ 광고, 손병호 게임
글④-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황태희(김남주), 길라임(하지원), 영화 주양(류승범), 조필연(정보석), 이강모(이범수)

글⑤-UV ‘쿨하지 못해 미안해’, 개그맨 박명수, 존박, 김성주, 심사위원, 장문복, 싸이 ‘라잇 나우’, 박칼린, 심사위원
글⑥-오렌지캬라멜 ‘마법소녀’, f(x) ‘NU예삐오’, 미스에이 ‘배드 걸 굿 걸’, 소녀시대 ‘오’ ‘훗’, 오스카(윤상현), 태양 ‘아이 니드 어 걸’, 김주원(현빈)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