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토보크먼 지음, 김한청 옮김, 다른(02-3143-6478) 펴냄, 1만4천원
“미국이 추위에 떨면 지구상의 나머지 나라들은 독감에 걸린다고 부모님은 말했다. 구역질나게도 아직도 우리 정부는 이라크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죽었는지에 대해 인권단체와 논쟁을 벌이고 있다.”
반세계화와 반전운동에 앞장서온 미국의 만화가 세스 토보크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민중의 저항을 만화로 그렸다. 9·11 테러로 시작된 21세기의 첫 10년이 1970년대 이후 미국인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시기였다고 토보크먼은 말한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어떤 것일까? 그는 10년 동안 미국과 세계를 누비며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했다.
9·11 테러 이후 전쟁에 예산을 쏟아부으며 복지를 축소하는 미국 정부, 이라크전쟁, 나이지리아 석유노동자들의 파업, 지구온난화, 군수산업,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뒤 집을 빼앗긴 흑인들…. 에는 21세기의 다양한 사건이 등장한다. 그러나 모든 사건은 몇 개의 고리로 단단히 연결돼 있다. 토보크먼은 그 고리를 독점자본·국가폭력 등의 단어로 규정한다.
토보크먼의 외침은 거칠다. 그는 목쉰 소리로 “저들에게서 우리의 것을 뺏어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그림은 목판화처럼 질감이 투박하고 선이 강렬하다. 그는 애초에 이 만화를 포스터나 전단지로 활용하려 그렸고, 실제로 몇 대목은 시위대의 선전물에 실렸다. 그의 그림과 외침은, 거칠고 피에 젖은 이 세계와 닮았다.
그러나 만화를 읽다 보면 독자는 예상치 않은 감동과 희망을 만나게 될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세계의 민중은 저항을 멈추지 않고 역사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저항이 있으면 희망도 있다.
김재영 지음, 더팩트(031-908-3069) 펴냄, 1만3천원
‘하우스푸어’, 집은 있지만 집 때문에 가난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는 왜 ‘내 집 마련’에 인생을 걸까, 집을 가지면 행복할까? 여기, 저축을 줄여가며 대출 이자를 내고, 어렵게 집을 마련했지만 팔리지 않는 집 때문에 빚더미에 나앉은 이들이 있다. 그들의 분통 터지는 목소리를 담은 책이 나왔다. 문화방송 <pd>을 통해 ‘판교, 그 욕망의 땅’ ‘2010, 아파트의 그늘’ 등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가 갖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분석한 김재영 PD가 취재 경험을 거름 삼아 글을 썼다. 이제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시간”이다.
〈뇌의 거짓말〉
마이클 캐플런·엘런 캐플런 지음, 이지선 옮김, 이상(02-913-8888) 펴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도 왜 집값은 떨어지지 않나? 사람들이 ‘보유 효과’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은 왜 부도덕해지기 쉬운가? 배후에 ‘세로토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광고에 쉽게 조종당하나? 뇌의 ‘귀차니즘’이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왜 프랑스인보다 뚱뚱할까? ‘무엇을 먹느냐’와 ‘어떻게 먹느냐’가 그들을 가르기 때문이다. 가장 이성적인 신체기관일 것 같은 뇌는 때때로 그 이성을 배신한다. 인간의 판단을 조작하는 뇌의 함정을 다양한 예시로 풀어냈다.
〈역사와 내가 만나는 곳, 산성기행〉
안순모 지음, 책과 상상(02-3272-1703) 펴냄, 1만4800원
한국에는 3천여 개 산성이 있다. 산성 축조의 첫째 목적은 방어다. 그래서 산성은 전란의 역사를 품고 있다. 저자는 역사책에 쓰인 것 같은 산성 이야기보다는 산성을 휘감고 있는 산에 대해, 그리고 산성으로 걸어 올라가는 도중에 만날 수 있는 돌과 나무에 대해 말한다. 당시 민중의 삶과 지혜에 대해 말한다. 백제인의 눈물이 밴 충남 연기 운주산성, 바위·소나무와 한 몸이 돼 ‘한국의 마추픽추’처럼 보이는 경북 상주 견훤산성 등 2년여 동안 몸을 움직여 취재한 산성 이야기가 들어 있다.
〈지구의 미래〉
프란츠 알트 지음, 모명숙 옮김, 민음인(02-515-2000) 펴냄, 1만5천원
“우리는 아직 구출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책머리의 화두다. 이상기후·천재지변·광우병·신종플루 등 인간의 이기적 욕심에서 비롯한 결과는 인간에게 고스란히 재앙으로 돌아왔다. 독일의 생태·환경 전문가인 저자는 인류가 직면한 생태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과 비전을 제시한다. 태양·풍력 등 미래 에너지 개발, 하루 반나절 또는 3분의 2 근무, 일감 나누기, 소형차 타기, 자동차 대신 철도 이용하기 등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안하며 지구의 미래를 그린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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