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는 그릇이 아니라 근육이다. 어느 책에서 튀어나온 이 문장이 화살처럼 내 마음에 와서 박혔다. 두뇌가 빈 그릇이라면 채워 넣으면 될 것이다. 이것이 말하자면 저 고색창연한 주입식 교육의 상상력이다. 그런데 두뇌가 그릇이 아니고 근육이라면, 채워 넣을 수가 없다. 근육은 운동으로 단련해야 한다. 근육을 단련하면 근력이 생긴다. 순발력이 커지고 지구력이 자란다. ‘두뇌 근육’도 마찬가지다. 이 근육이 얼마나 단련됐느냐에 따라 직관력·추리력·판단력이 결정된다. 두뇌 근육을 단련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이 책 읽기, 그중에서도 인문학 책 읽기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나는 인문학 책을 최고의 실용서로 친다. 통상의 자기계발서류의 실용서가 단편적인 지식, 단선적 정보를 제공해주는 데 그친다면, 인문서는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해주는 걸 넘어 사고의 힘, 추론의 힘을 길러준다.
재일동포 강상중 도쿄대 교수가 ‘고민하는 힘’을 강조했는데, 바로 이 힘이 인문학 책 읽기에서 길러진다고 나는 믿는다. 고민하고 숙고하고 추리하고 통찰하는 두뇌의 힘이 자라 그 근육이 단단해지면, 아주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식을 재편하고 정보를 가공해 나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다. 창조성의 물꼬가 트이게 된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웬만한 것은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게 된다. 이 자신감은 자기긍정을 강화해준다. 자기긍정이 충만한 사람은 뿌리가 깊이 박힌 나무처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뻣뻣하지 않고 탄성 있게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런 굳건함과 유연함이 함께 있을 때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더 쉽게 소통할 수 있고, 나쁜 세상에 맞서서 더 오래 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소통의 길 찾기, 싸움의 길 찾기도 생각의 힘이 받쳐줄 때 더 쉬워진다. 인문학 책을 읽을 때 바로 그런 힘이 자란다고 믿는다.
여기 추천하는 책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출간된 것들이다. 인문서라고 통칭하면, 대개 역사·철학 같은 정통 인문학 분야를 포함해 정치·사회·과학·예술 분야의 책들을 포괄한다. 그런 포괄적 범주의 인문서를 나름대로 정선해보았다. 우리 정신을 일깨우고 사유를 자극하는 긴장감 넘치는 책들일 것이라고 믿는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에서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라고 했는데, 삶을, 생명을 만끽하려면 우리는 ‘이론의 회색지대’를 통과해봐야 한다. 이론으로 정신을 단련하고 나면 생명의 푸른 빛이 한층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고명섭 기자 한겨레 문화부문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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