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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클래식 시대를 듣다〉외

등록 2010-06-09 22:30 수정 2020-05-03 04:26
〈클래식 시대를 듣다〉

〈클래식 시대를 듣다〉


정윤수 지음, 너머북스(02-335-3366) 펴냄, 2만6천원

문화평론가 정윤수는 클래식이 오늘날까지도 큰 공명을 주는 것은 작곡가가 시대를 껴안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당대에 몰입함으로써 당대를 초월한 것이다. 주제는 라는 책의 제목에서 뚜렷하다. 시대를 껴안았다고 하는 것은 그 시대와의 불화도 내포한다. 그는 음악이 시대를 흔들었다면 분명, 점잖고 상냥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대에 불편했기 때문이라고 상상한다.

12명의 음악가로 나뉜 장에서 음악가의 이름은 시대를 충분히 설명한 뒤 늦게야 도착한다. 비발디를 다룬 장을 보자. 먼저 바로크라는 시대의 정체가 벗겨진다. 바로크 시대는 오랜만에 유럽이 경제적 부흥을 발판 삼아 풍요롭고 안정된 문화를 구가하던 때였다. 그리고 그 중심은 이탈리아였다. 음악적 교양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탈리아를 여행해야 했다. 이제 비발디가 등장할 때가 되었다. 물의 도시, 바다의 도시 베네치아의 작곡가 비발디는 이러한 풍요로운 음악적 환경 속에서 작곡을 한다. 때마침 현악기도 크게 개량되었다. 비발디는 다채로운 화성을 전개하고, 개량된 악기가 뽐내는 현란한 독주를 곡 안에 녹였다.

저자는 바로 지금을 흐르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것이 처음 울려퍼졌을 과거 공간을 상상한다. 연주자들은 미사·장례 같은 의례에서 살아 움직이는 오디오가 되어야 했다. 하이든은 평생 음악 담당 하인으로 지냈다. 하인 복장을 하고 저녁 식사를 위한 식탁음악을 연주했다. 바흐는 교회의 음악감독으로 봉직했다. 그 계약서 내용을 보면 얼마나 고된 노동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다. 책은 비발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바그너, 차이콥스키, 시벨리우스, 드뷔시, 말러, 쇼스타코비치와 그 시대를 다룬다. 현대음악에 관한 두 개의 장을 뒤에 붙였다.


〈우리, 유럽의 시민들?〉

〈우리, 유럽의 시민들?〉

〈우리, 유럽의 시민들?〉
에티엔 발리바르 지음, 진태원 옮김, 후마니타스(02-739-9929) 펴냄, 2만원

현대사회의 민주주의는 역설적이다.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민주주의는 크게 약화되거나 후퇴하고 있다. 민주주의 후퇴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근대 국민국가의 내적 모순도 한몫한다.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정치제도 내에 민주주의의 온전한 실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민주주의는 재발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선의 음담패설〉

〈조선의 음담패설〉

〈조선의 음담패설〉
정병설 엮고 해설, 예옥(02-325-4805) 펴냄, 1만2천원

은 조선시대 민간의 풍속도다. 책에 실린 31편의 이야기는 19세기 말~20세기 초에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일본 교수가 후쿠오카 고서점에서 발견해 세간에 알려졌다. 는 일본 쓰시마의 역관이 부산에 머무르며 한국어를 배울 목적으로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이 두 권은 모두 민간에 떠도는 음담패설을 그대로 담은 점에서 독보적이다. 두 권에 담긴 이야기를 현대어로 해석하고 해설했다.


〈지식의 공유〉

〈지식의 공유〉

〈지식의 공유〉
엘리너 오스트롬·샬럿 헤스 등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타임북스(02-02-3480-6688) 펴냄, 3만5천원

지식은 한 개인의 소유물인가, 모든 인류의 공유물인가. 지적재산권, 특허권, 라이선스 등 정보에 관한 권리들이 역사적으로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지식은 공유자원’이라는 개념이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등장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지식에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접근하게 되면서다. 책은 ‘지식 공유자원’을 개념화하고 학문별로 세분화돼 진행된 ‘지적재산’에 대한 연구를 통합 고찰한다.


〈근대어의 탄생과 한문〉

〈근대어의 탄생과 한문〉

〈근대어의 탄생과 한문〉
사이토 마레시 지음, 황호덕·임상석·류충희 옮김, 현실문화(02-393-1125) 펴냄, 1만4500원

100년 전 조선인들은 한문과 우리말 사이 이중언어의 세계에 살았다. 현재 한자와 한문 문화는 거의 해체됐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언중도 이와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책은 일본어를 ‘한문맥’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한문맥이란 ‘한문에서 파생된 어조와 문체에서부터 한문적 사고와 감각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자 문화권이 서양문명을 맞아 ‘근대어’를 만들어내면서 어떻게 한자가 표음문자 내부로 깊숙이 들어갔는지 보여준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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