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
젊은 세대가 진심으로 좋다는 표현을 할 때 ‘대박’ ‘킹왕짱’이라는 새로운 명사(?)를 쓰는 것을 듣게 된다. 그것으로도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슈퍼울트라캡짱’ 등으로 크다는 표현을 더 많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더 좋은 것을 표현하는 명사 경쟁을 한다고 상상해보면 최고의 표현은 아마 ‘무아지경’(無我之境)이 아닐까 싶다. 여러 좋다는 표현 중에서 무아지경이 최고봉이라고 한다면, 이 표현을 한번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돈이든 음식이든 뭔가 특별한 것을 더 많이 가질수록 더욱 좋겠지만 최고 좋은 경지는 오히려 무엇을 소유하고 가져서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나’라는 경계가 없어질 때 느낀다는 뜻이다. 살면서 우리는 언제 내가 없어지는 경험을 할까?
여러 경우가 있지만, 통상 무아지경은 섹스의 황홀한 오르가슴에서 잠시 느낀다고 말한다. 오르가슴을 통해 에고(작은 나·我相)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고, 그 느낌은 인간이 잊지 못할 최고의 큰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도의 오쇼 라즈니시라는 명상가는 인간이 명상을 시작하게 된 것이 오르가슴을 겪고 나서부터라고 이야기한다. 오르가슴을 통해 ‘나라는 경계가 없어지면 이렇게 좋더라’는 실체를 느꼈던 것이다. 작은 내가 사라지고 모든 것을 포함하는 큰 에너지에 내맡겨 하나 되고 나니 내 안에서 더없이 황홀한 지복의 상태를 느낀 것이다. 문제는 그 황홀경의 순간이 너무 찰나라는 것인데, 그렇게 좋은 오르가슴을 24시간 경험할 수 없을까 해서 명상이 시작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부처님이나 예수님 같은 성인들은 24시간 오르가슴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혹자는 “어디 부처님·예수님에다 오르가슴을 갖다붙이냐”며 불경스럽다고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표현만 익숙지 않을 뿐 성인은 에고가 사라지고 존재와 하나 된 분이므로 이렇게 표현한 것이며, 그 상태가 바로 오르가슴이기 때문이다.
이 맥락에서 보면 인간의 성은 결코 쑥스럽거나 천박한 것이 아니라 심오하고 근원적인 현상이다. 하나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오히려 반대로 성을 천박하고 말초적이고 표피에 그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된 이유가 있긴 하다. 그 부분을 앞으로 하나씩 살펴서 풀어가야겠지만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가 성에너지라는 인식을 갖고 제대로 성을 공부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 만나는 일과 깊은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서양에서도 성학(sexology)을 종합 학문적 성격이 가장 강한 학문이라고 인정하고 있으며 사회학·철학·의학·심리학이 결합되어야 성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의학, 도가 수련, 인도의 탄트라 수련 등 동양의 지혜 전통에서는 성에너지를 질병 치료의 양생법뿐만 아니라 근원적 진리를 깨우치는 한 방편으로까지 쓸 정도로, 성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 본질의 미묘한 부분까지 오랜 세월 연구해온 특징이 있다.
그런데도 보통 사람들이 동양보다는 서양이 성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고 알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조선시대와 근대 초기처럼 성을 터부시해 억압하는 문화와 사회제도가 동양 사회를 규정해온 영향도 큰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성에 대한 밑그림에는 서양의 성의학적 지식만이 자리하고 있어 균형 있게 성을 인식하는 데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동서의 학문적 통섭이 열린 마음으로 일어난다면 우리의 근원 에너지인 성에너지가 두 날개로 온전히 나는 새가 되어 높이 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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