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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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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육체 공격, 여자의 감성 공격



결론이 중요한 남자, 과정이 중요한 여자…
남자가 이완되는 속도를 따라가며 감성을 공격하라
등록 2010-09-09 16:43 수정 2020-05-03 04:26
케이블 방송 데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사진 올리브 제공

케이블 방송 데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사진 올리브 제공

인간의 몸은 세 요소, 즉 머리(지혜와 영성의 센터), 가슴(감성·사랑·관계의 센터), 배(힘·용기·결과·존재의 센터)로 구성됐다. 그중 지혜와 영성의 센터인 머리는 남녀가 같게 생겼으나 배 부분의 성기는 남성이 튀어나왔고, 가슴은 여성이 튀어나왔다는 차이가 있다. 이런 구조를 통해 통찰해볼 수 있는 두 번째 특징은 튀어나온 플러스 쪽이 들어간 마이너스 쪽에 무언가를 주기 쉽게 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언가를 준다고 하면서 상대의 이완을 기다려주지 않으면 공격이 되기 쉽다.

예를 들어 여자가 “내가 이래서 기뻤고, 저렇게 해서 속상했고, 그래 가지고…” 하면서 이야기를 막 풀어가는데 듣고 있던 남자가 중간에 대뜸 “지금 결론이 뭔데?” “그래서 어쩌라고?” 한다면 여자는 야속하고 무정하게 느끼며 상처를 받는다.

남자의 입장을 신체적으로 살펴보면, 남자는 배 센터가 튀어나와서 결과가 잘 발현되는 구조이니 결론이 뭔지가 우선 급하고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여자들끼리 오랜 시간 웃고 울고 이야기 나누는 이 상황을 남자는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여자란 아무 쓸데없는 얘기를 하루 종일 해도 뭔 할 얘기가 또 그렇게 많은지….” 남자가 말하는 ‘아무 쓸데없는 얘기’란 ‘결과가 없는 얘기’라는 것이다. 남자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대책이 뭔데?”가 본능적으로 급하게 나오는 존재다. 반면 여자는 감성이 우월 성향이기 때문에 우선 그때의 이런저런 느낌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고 급하다. 요점만 말하라는 남자의 말에 그 의도와 다르게 상처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이 남성을 의도치 않게 공격하는 때도 있다. 바로 ‘감성 공격’이고 ‘가슴 공격’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밖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는 남편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예쁜 걸 만들어서 감성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현관에서 남편을 보자마자 “당신 기다리면서 이거 만들었는데 어때?” 한다. 남편은 “어, 예쁜데”라고 반응한다. 여자는 신이 나서 바로 두 번째 작품을 가져오며 “이건 또 어때?”라고 묻는다. 남편은 마지못해 “응, 예뻐 예뻐…”로 받아준다. 그런데 이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바로 세 번째 작품까지 가지고 오면 남자는 눈도 안 마주치고 건성으로 대답한다.“어 알았어, 알았어… 거기다 둬.” 그래서 결국 싸운다.

성에서도 주기 쉽다 보니 공격이 되기도 한다. 여자의 성기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남성이 불쑥 성기를 삽입하게 되면 여성은 공격받는 것 같아 움찔하며 긴장한다. 마이너스인 여성의 성기가 충분히 이완된 다음 서서히 들어오면 존중받는 것 같아서 그 에너지가 고맙게 받아들여지고 행복할 것인데 말이다. 이때 남성도 여성을 무시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해를 해서 그럴 때가 많다. 남성은 왕성하게 발기해서 힘차게 삽입하는 것이 남자답고 씩씩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을 나눌 때 여성이 준비가 안 되었는데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급하게 들어오면 움찔하듯이, 남성도 여성의 ‘감성 퍼붓기’는 공격으로 느껴져 버겁다. 남성에게는 감성이 열등 성향이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되고 이완됐을 때 천천히 들어와줘야 한다. 그러니 집에 들어오면 우선 먹을 것부터 줘라. 남자에게는 아랫배 생존의 센터가 발달한지라 먹을 것이 급하다. 시급한 우월 성향 쪽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나서 감성적 작품을 보여주라. 그리고 과일도 좀 먹고 TV도 잠깐 보다가 두 번째 작품을 보여주고, 또 좀더 이완됐을 때 세 번째 작품을 내밀면 남자가 “당신 대단한데! 우리 전시회라도 할까?”라고 반응하며, 행복한 소통을 나눌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애 시절 흔히 겪는 갈등도 이런 경우가 많다. 남자가 좋다고 따라다닐 때 여자가 처음에는 탐색하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지 않다가 어느 순간 ‘이 남자와 사귀자’ 결심하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서 동시에 몸의 문을 열 때가 많다. 그때부터는 남성에게 감성을 막 퍼붓는다. 그런데 이때 남자가 갑자기 뒷걸음치고 다르게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여성이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잡아놓은 고기에게 미끼 안 준다’는 경우인가 싶어 ‘도둑놈’ ‘나쁜 놈’ 하기 쉽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여성의 틀로 남자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감성을 퍼부으면 그 남자도 당연히 좋아하리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남성의 열등 성향임을 알고 이완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남성의 성기가 갑자기 불쑥 들어올 때의 공격받는 느낌, 불편한 느낌을 다시 상기해보면 역지사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

<font color="#638F03"> *‘즐거운 섹스, 건강한 삶’은 이번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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