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우두머리와 진실, 어느 쪽에 충성하는가

[윤석열 탄핵심판 5·6차 변론기일]
몸 사린 이진우·여인형, 거침없는 홍장원, 일관된 곽종근… 갈라진 부하들
등록 2025-02-07 21:22 수정 2025-02-08 13:59
대통령 윤석열이 2025년 2월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 윤석열이 2025년 2월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2025년 2월4일과 6일 대심판정에서 차례로 연 대통령 탄핵사건 5·6차 변론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피청구인인 대통령 윤석열은 ‘2024년 12월3일 밤 10시27분께 비상계엄 선포 후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사령관 이진우와 전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사령관 여인형은 국군통수권자인 윤석열 앞에서 말을 아끼며 몸을 사렸다. 반면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 홍장원은 거침없었고, 전 육군특수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은 일관됐다.

5차 변론 때는 이진우와 여인형, 홍장원을 상대로 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진우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수방사 병력 212명을 출동시켜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한 혐의로, 여인형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 10여 명을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를 운영하고 방첩사 병력 115명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내 전산실 서버 반출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들이다.

홍장원은 2024년 12월3일 밤 10시53분께 윤석열로부터 전화로 이런 말을 들었다고 검찰 참고인 조사와 국회에서 밝힌 인물이다.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앞줄 오른쪽)이 2025년 2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구인 쪽 대리인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영상 갈무리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앞줄 오른쪽)이 2025년 2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구인 쪽 대리인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영상 갈무리


이진우는 계엄 당일 국회 주변을 돌며 현장을 지휘하면서 그에게 직접 전화한 윤석열과 네 번 통화했고, 윤석열로부터 “(병력) 4명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면 1명씩 들어낼 수 있지 않냐. 안에 있는 사람 끌어내라” 등의 말을 들었다고 12월17일과 23일 군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헌재에서의 태도는 180도 달랐다.

이진우·여인형 “형사재판 탓 답변 못해”

청구인 쪽 대리인 김선휴 변호사 세 번째 통화에서 대통령이 “아직도 못 갔냐. 뭐 하고 있냐”라고 질책하면서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죠?

이진우 답변드리기 제한됩니다.

김선휴 증인이 문을 부수기 불가능하다고 하자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임무를 수행하라고 지시했죠?

이진우 답변드리기 제한됩니다.

김선휴 대통령이 ‘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기억난다고 진술한 것은 맞죠?

이진우 그 부분도 답변드리지 않겠습니다.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현재 내란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로 형사재판을 받는 신분이라는 것이 증언 거부 이유였다. 여인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앞줄 왼쪽)이 2025년 2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피청구인 쪽 대리인 질문을 듣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영상 갈무리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앞줄 왼쪽)이 2025년 2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피청구인 쪽 대리인 질문을 듣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영상 갈무리


청구인 쪽 대리인 김정민 변호사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이 (군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한 말입니다. “(2024년 12월3일 밤 11시께) 사령관(여인형)께서 ‘김용현 장관(전 국방부 장관)님으로부터 명단을 받았다’며 저한테 ‘수첩에 받아 적어라’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혹시 김대우 수사단장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나요?

여인형 형사재판에서 굉장히 엄격하게 따져봐야 될 사항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증언하기가 곤란합니다.

김정민 12월3일 밤 11시경 무렵에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받은) 명단을 방첩사 수사단에 제공하면서 ‘체포해라’ 이런 말을 하신 적도 없나요?

여인형 그 부분도 형사재판에서 다뤄야 될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 이 자리에서 말씀 못 드리는 것을 양해해주십시오.

이진우는 ‘계엄 당시 대통령 또는 국방부 장관(김용현)으로부터 누군가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여인형도 “형사법정에서 정확하게 따져 보겠다”면서도 ‘대통령으로부터 현역 국회의원, 정치인 등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을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석열 “호수 위 달그림자 쫓는 느낌”

그래서였을까. 윤석열은 당당했다. “(계엄군이) 정치인을 체포했다든지, 또 누구를 끌어냈다든지, 어떤 그런 비위 내지는 이런 일이 실제 발생을 했고, 또는 현실적으로 그 일을 할 가능성이 높을 때 이것이 어떤 경위로 이렇게 된 건지, 누가 지시를 했고, 뭐 이렇게 보통 수사나 재판에서 얘기가 되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은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뭐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뭐 이런 얘기들이 마치, 어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것을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좀 많이 받았고요.”

홍장원은 이진우·여인형과 달랐다. 윤석열로부터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고 여인형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국회는 경찰과 협조해 봉쇄하고 있습니다. 선배님 이걸 도와주세요. 저희 체포조가 나왔는데 소재 파악이 안 돼요. 명단 불러드릴게요”라는 말을 들었고, 당시 여인형의 말을 별표 표시와 함께 ‘1조, 2조 축차(차례로)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 감금 조사’ ‘검거를 요청(위치 추적과)’이라고 메모지에 적었다고 했다. 윤석열이 지시한 ‘방첩사 지원’이 방첩사의 체포조 운영 임무를 돕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것이 홍장원의 증언이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앞줄 오른쪽)이 2025년 2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청구인 쪽 대리인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영상 갈무리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앞줄 오른쪽)이 2025년 2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청구인 쪽 대리인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영상 갈무리


청구인 쪽 대리인 김현권 변호사 증인은 체포 명단을 (여인형으로부터) 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홍장원 뭔가 잘못됐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김현권 체포 지시가 피청구인(윤석열) 뜻이라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왜 그 지시를 따르지 않았습니까?

홍장원 첫 번째(이유)는 명단에 나와 있는 명단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서, 두 번째(이유)는 방첩사령관이 얘기했던, 그러면 이 사람들을 체포해서 방첩사 구금시설에 감금한 다음에 조사한다는 향후 계획을 듣고, 그걸 어떻게 합니까.

그런데 윤석열은 “간첩 수사를 방첩사가 잘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계엄 사무와 관계없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만약 계엄 사무에 대해 국정원에다가 뭘 지시할 일이 있으면 국정원장(조태용)한테 제가 직접 하지 차장들한테 안 한다”고 항변했다. 탁자를 탁탁 치면서.

6차 변론에 출석한 곽종근도 검찰 조서에 적힌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명료하게 인정했다. 윤석열이 12월3일 밤 11시40분, 12월4일 0시30분 등 2차례 직접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아직 국회 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국회 안에 빨리 들어가서 의사당 안의 사람들을 빨리 데리고 나와라”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곽종근 “검찰 조서 내용은 모두 사실”

‘요원’과 ‘의원’과 관련해서도 일관되게 답했다. 국회 쪽 대리인단이 “당시 (윤 대통령이) 증인에게 데리고 나오라고 지시한 대상이 국회의원이 맞는가”라고 묻자, 곽종근은 “정확히 맞는다”고 답하며 “당시 707특임단 인원이 국회 본관에 가서 정문 앞에서 대치 상황이었고, 본관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다. 그 상태로 (제가)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말씀하신 부분들 ‘의결정족수 문제’ ‘안에 인원 끌어내라’는 부분들이 당시 본관 안에 작전요원이 없었어서 당연히 의원이라고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곽종근은 이 밖에도 당시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서라도 끌어내라” “대통령의 지시다” “도끼로 문짝을 부숴서라도 끌어내라” “전기를 차단하라” 등의 지시를 윤석열과 김용현으로부터 받았고, 현장의 지휘관들은 물론 화상회의 중 켜둔 마이크를 통해 예하부대원들도 지시를 모두 청취했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4월3일부터 한겨레 로그인만 지원됩니다 기존에 작성하신 소셜 댓글 삭제 및 계정 관련 궁금한 점이 있다면, 라이브리로 연락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