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탑차의 조수가 얼어죽게 된 사건이 있었다. 조수가 냉동칸에 물건을 확인하러 들어간 줄 모르고 운전사가 밖에서 문을 잠그고는 10시간 넘게 쉬지 않고 운전을 했고 결국 그 조수가 동사하게 된 것이다. 황당하게 냉동창고에 갇혀버린 조수는 이 차가 10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꼼짝없이 냉동칸에 갇혀 얼어죽게 된 것이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상황을 일지로 적는 것뿐이었다.
냉동칸 벽을 손톱으로 긁어서 상황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냉동칸에 갇히게 된 상황부터 손가락 끝이 얼어가고 혀가 잘 움직이지 않고 전신이 마비돼가며 졸음이 쏟아지는 것까지 시간별로 자세하게…. 목적지에 도착한 운전사가 냉동칸을 열었을 때 결국 조수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수사가 진행됐고 조수의 일지 덕분에 사고사임이 판명났다. 벽에 적힌 조수의 눈물겨운 일지는 의학 교과서로 써도 좋을 만큼 동사하는 사람의 몸의 변화가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사 도중 놀라운 미스터리를 발견한다. 그날 그 냉동칸에는 전기배전의 문제로 냉동실 전원이 꺼져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인지하는 감각이라는 것이 이런 식이다. 이 조수의 경우처럼 자신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죽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면, 몸이 그대로 반응해 죽을 준비를 갖추며 실제로 죽기까지도 할 수 있는 것이 우리 몸과 마음의 원리다. 이처럼 고정관념은 우리 삶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성에서 감각의 인식도 이와 똑같다. 만족할 만한 오르가슴을 결혼 생활 30년 동안 느끼지 못했다고 남편의 노력을 촉구한 50대 부인이 있었다. 부부가 같이 감각훈련법을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황당해하는 부인의 반응을 접하게 됐다. “아이구, 감각훈련요? 저는 그런 것 필요 없어요. 제가 얼마나 감각이 예민한데요. 지금 이 나이에도 시구절 하나만 읽다가도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바닥에 조그만 먼지 하나만 떨어져 있어도 잠잘 때 금방 알아내는 정도거든요. 제 남편이나 잘 교육해주세요.” “아, 그러시군요. 그 정도라면 지금까지 저희 한의원에서 확인한 성적 중에서 최고 점수가 나올 것 같은데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설득 끝에 첫 번째 실험에 들어갔다.
우선 남편의 손가락을 엄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5분 정도 충분히 만지면서 손에 익숙할 시간을 준다. 그런 다음 눈가리개로 눈을 가린 채로, 남편이 손가락을 하나씩 내밀 때 몇째 손가락인지 맞히는 실험이다. 이 부인의 경우 10번의 실험을 했는데 놀랍게도 단 한 번도 맞히지 못했다. 눈가리개를 풀고 결과에 대해 알려줬더니 부인이 벌컥 화를 내며 믿지 않았다. 최고 점수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최하 점수가 나왔으니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이 실험에서 매번 다 맞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병원에서 수백 명을 실험해본 결과 맞히는 확률은 평균 30~40%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부인도 그랬지만 엄지와 새끼손가락도 다른 손가락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
이 착각의 원리를 분석해보면 바로 고정관념이다. 엄지손가락을 만지면서도 이것이 둘째손가락이라는 약간의 느낌이 오면 그때부터 “음, 이것은 둘째야, 둘째야. 그래그래 둘째야” 하면서 그런 상황으로 자신의 모든 마음을 결정해버린다. 그러면 감각도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성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남성의 성기가 딱딱하다가 조금 약해지고 부드러워지면? “아 이게 뭐야, 시시하게!? 아, 시시해, 으이그 시시해!” 하면? 모든 세포가 시시해질 준비를 갖추게 되고 심지어는 실제로 성기가 안에 들어와 있는데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런 고정관념이 있는 그대로의 감각을 왜곡하고 매번 다른 느낌을 늘 똑같은 지루함으로 착각하게 해 쉽사리 권태기와 불감증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 부인의 경우도 실험 이후 자신의 현주소를 깨닫고 제대로 된 감각훈련법, 자율신경 조절법을 익히면서 부부의 새로운 활력을 찾게 됐다.
그런데 감각훈련법 하면 자칫 예민하게 긴장하면서 말초 감각에 탐닉하는 것과 동일시할 염려가 있다. 제대로 된 감각훈련법은 결코 미간에 힘이 들어가며 긴장하는 모습이 아니다. 이완한 채로 깨어 있어야 한다. 모든 길은 진리로 통하는 것 같다. 명상에서 늘 말하는 “깨어 있으되 긴장하지 말고, 이완하되 잠들지 않아야 한다”가 그대로 적용되니 말이다.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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