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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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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감촉, 어제와 다른 오늘



권태기를 이겨내는 방법 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능력을 키워야
등록 2010-07-14 16:56 수정 2020-05-03 04:26
권태기는 남녀 모두에게 고민거리다. 이벤트나 새로운 애무 방법을 개발해도 오래가지 못한다.

권태기는 남녀 모두에게 고민거리다. 이벤트나 새로운 애무 방법을 개발해도 오래가지 못한다.

권태기에 관해 잘 알려진 농담 하나. 결혼 7년차 동갑 친구인 철수 엄마와 영희 엄마. 찜질방에서 서로의 부부관계 이야기를 하는데 듣고 보니 철수 아빠와 영희 아빠는 같은 결혼 햇수에 같은 나이인데도 너무 차이가 났다. 철수 아빠는 아직도 정열적으로 잠자리를 한다는데 영희 아빠는 언제부턴가 잠자리를 지겨워하며 의무방어전으로 치르는 느낌이 확연하다. 그날 영희 엄마는 퇴근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넌지시 묻는다.

“나 하나 물어봐도 돼? 자기, 요새 잠자리도 뜸한 것이 예전 같지 않고 나에 대한 애정이 시들한 것 같은데…, 아니야?”

“우리 결혼 생활 7년이 넘었는데 신혼 때와 어떻게 같을 수 있냐? 이젠 그냥 가족인 거지, 육아 공동체고…. 가족하곤 하는 거 아니라는 말이 왜 있겠냐? 남들도 다 그러고 살아.”

“그런데 말이야. 옆집 철수 아빠 알지? 오늘 철수 엄마한테 들으니 그 집은 지금도 신혼 때처럼 잠자리에서 열정적이래. 듣고 나니 괜히 기분이 좀 우울해지더라.”

“아이고, 말도 안 돼! 거짓말일 거야. 그 친구가 비정상이 아니고선 어떻게 신혼 같을 수 있어?”

말은 이렇게 했지만 듣고 나니 영희 아빠도 은근히 철수 아빠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지고, 사실이라면 그 비법이 뭘까 궁금해진다.

어느 날 같이 맥주 한잔하면서 물어보니 사실이란다. 그런데 도대체 그 비법이 뭐냐고 물어보니 철수 아빠는 웃기만 하고 안 가르쳐준다. 더 궁금해진 영희 아빠, 드디어 철수네 침실을 훔쳐보고는 열정의 비밀을 발견한다. 별다른 것은 없는데 침대에 올라가기 전 철수 아빠가 침대 귀퉁이에서 외는 주문이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귀를 쫑긋 세워서 들어본즉 “저 여자는 내 마누라가 아니다, 저 여자는 내 마누라가 아니다”를 무슨 기도처럼 외는 것이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르면 결혼 3년이 넘어가면서부터 남성에게 찾아오는 권태기 문제는 이런 상황과 비슷할 것이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이런 고민을 호소한다. 여성도 남편과의 잠자리에서 매너리즘에 젖어 감흥이 안 날 때 ‘내가 지금 장동건 또는 원빈과 섹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더 흥취가 난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정보가 이곳저곳에 나와 있다. 다양한 이벤트를 연구하고 예상하지 못한 특별한 방법의 애무를 개발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그래야 식상하지 않고 새로운 흥분이 솟아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방법이 잠시 동안은 효과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이벤트는 이벤트지 일상이 아니다. 언제까지 일상을 이벤트화하면서 살 수 있단 말인가. 1년 동안이야 계속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다고 하지만 그 이상은 쉽지 않다. 비유하자면 매장량이 1년분밖에 없는 유전에서 몇 년 동안 기름을 퍼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무궁무진한 매장량이 있는 유전은 있다. 권태기를 만나지 않게 하는 그 방법은 말초적 테크닉에 있지 않고 우리 삶의 원리 속에 있다. ‘세상의 모든 실체는 변한다’는 진리를 깊숙이 이해하는 것이다.

‘한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같은 강물이지만 물은 흐르기 때문에 바로 전에 만났던 물은 지금 만나는 물과 같지 않다. 마찬가지로 오늘 당신 아내의 감촉은 어제 아내의 감촉과 다를 수밖에 없고 당신 남편의 느낌도 어제 남편의 느낌과는 다르다. 이는 이왕 하는 건데 어떻게든 좋다고 생각을 달리 먹자는 말이 아니다. 달라진 아내를, 그리고 남편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능력이 부족할 뿐이지 매순간 우리 감각이 달라진다는 것은 명명백백하다.

그러니 우선 오늘은 그저 무심하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다시 보도록 하자. 습관적으로 꼬리표를 붙여 감각의 내용을 머리로 단정해버리니 늘 변하는 실체를 있는 그대로 못 느끼는 것이다. 이를 온전히 느끼려면 우리의 모든 감각이 판단과 평가 없이 깨어 있어야 한다. 항상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모든 감각을 깨워서 ‘지금, 여기’(Here and Now)에만 현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매순간 새로 경험해야 할 신비만이 존재할 뿐이니 이때 식상하고 지루한 권태기는 없어진다. 이런 원리가 어느 정도 이해된다면 이젠 감각이 온전히 깨어 있도록 몸으로 느껴보는 훈련이 필요하겠다. 간단한 방법 중 하나를 다음 시간에 소개하겠다.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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