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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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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음양합일을 위한 몸짓



동양의 상수학 개념으로 살펴본 남녀의 성…
남성은 홀수·힘·용기를, 여성은 짝수·감성·관계를 상징
등록 2010-08-25 20:07 수정 2020-05-03 04:26
동양의 상수학 개념으로 보면 남녀의 만남은 음과 양의 절묘한 조화이기도 하다. 성관계를 표현한 신라시대 토우.

동양의 상수학 개념으로 보면 남녀의 만남은 음과 양의 절묘한 조화이기도 하다. 성관계를 표현한 신라시대 토우.

인류 역사를 통해 그 수많은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는 남녀의 만남. 그 영원한 과제에서 남녀, 즉 음양은 어떻게 다를까? 구조·형상·상징·숫자의 깊은 의미를 연구하는 동양의 상수학(象數學) 개념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만약 겉으로 봐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리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옷을 벗겨 성의 상징인 성기를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이때 남성의 성기는 한 토막으로 생겨서 홀수의 모습이고, 여성은 성기가 두 토막으로 나눠져 짝수로 돼 있다. 음양의 상징대로 생겨 있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양(陽)은 남성성을 의미하며 또한 해, 빛, 밝음, 동적인 것, 가벼운 것, 뜨거움, 강인함, 홀수 등을 상징한다. 음(陰)은 여성성, 달, 그림자, 어두움, 정적인 것, 무거운 것, 차가움, 부드러움, 짝수 등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서 홀짝이 왜 양과 음인지 익숙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홀수는 하나든 셋이든 짝이 하나 비어 있기 때문에 이를 채우려는 동적인 특성이 생긴다고 본다. 반면 짝수는 둘, 넷처럼 짝이 맞아서 안정되기 때문에 정적인 특징이 생기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쌀과 보리도 꼭 이렇게 생겼다. 쌀은 봄에 씨앗을 뿌려서 여름에 많은 일조량을 받아야 자라는 곡물이다. 쌀은 이처럼 여름의 뜨거운 양의 기운을 많이 받고 자란 특성대로 홀수인 한 토막으로 돼 있다. 반면 보리는 가을에 씨앗을 뿌려 겨울의 냉기를 받고 자라는데 음의 속성을 닮아 둘로 나눠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리는 찬 속성이 있어서 쌀보다 오래 끓여야 익는다. 또한 본성이 차기 때문에 속이 찬 사람들이 먹으면 쉽게 설사를 한다.

당뇨병에 보리밥을 먹으면 좋다는 말이 있는데, 서양에서는 당뇨병에 영양소와 칼로리를 계산해서 먹으라고 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음양에 대한 통찰력으로 차가운 속성을 띤 보리가 당뇨에 좋다고 보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당뇨란 뭔가 조바심을 내고 안달을 내서 진액을 바짝 말리는 병으로 보기 때문에 음의 속성, 안정됨의 속성, 촉촉함의 속성, 차가운 속성을 보충해주기 위해 보리를 많이 먹으라고 권한다.

음양의 원리는 한약재의 약성을 이해할 때도 적용되는데, 물론 홀짝의 숫자뿐 아니라 색깔, 모양, 맛 등의 속성도 함께 본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통찰이 신기하게도 잘 맞아 그대로 치유 작용을 하는 걸 보면 상수학의 패러다임이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남녀가 다르다. 그러니 음의 속성을 주로 발현하는 여성은 성에서도 흥분해 충분히 달궈지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물론 남성 중에 좀더 여성적인 이도 있고, 여성 중에도 좀더 남성적인 이가 있지만 기본은 그렇다는 뜻이다.

남녀의 구조를 볼 때 대표적으로 다른 곳 하나가 성기라면 또 다른 하나는 가슴이다. 남성은 아랫배 부위의 성기가 한 토막 홀수로 튀어나와 있고 여성은 두 토막 짝수로 가슴 부위의 유방이 튀어나와 있다. 여기서 인간 몸의 튀어나온 부위가 상징하는 바를 먼저 살펴보자.

인간 몸이 세 요소로 구성돼 있다면 그것은 머리(지혜와 영성의 센터), 가슴(감성·사랑·관계의 센터), 배(힘·용기·결과·존재의 센터)가 될 것이다. 이 세 요소 중 남성은 아랫배 부분이 튀어나왔고, 여성은 가슴이 튀어나왔다. 튀어나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잘 보이게 되고 잘 발현된다는 뜻이다. 즉 남성은 힘과 용기, 결과와 생존 이런 쪽의 에너지가 잘 발현되는 존재다. 거기에 비해 여성은 감성과 사랑, 관계의 중심이 잘 발현되는 존재다. 조금 전문적인 용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튀어나온 것은 ‘우월 성향’이다. 남자는 결과·힘·용기·생존 중심의 성향이 주로 우월하게 드러난다. 물론 남성에게 감성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있기는 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열등 성향이다. 마찬가지로 여성에게는 감성·사랑·관계 중심이 ‘우월 성향’이고, 힘·용기·존재·결과 중심의 속성은 ‘열등 성향’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수련을 한다는 것은 치우침이 있는 우월 성향과 열등 성향이 서로 소통하고 통합되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은 감춰진 내면의 여성성을 찾게 되면 힘과 용기가 있으면서도 부드러워지고, 여성은 내면의 남성성과 만나면 감성적이고 부드러우면서도 쿨하고 용기 있어진다. 그러니 성을 통한 남녀의 진정한 하나됨은 이런 음양의 편차를 극복해 음양합일을 이루려는 강한 욕구로 볼 수 있다.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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