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가 왔을 때 황홀한 관계를 다시 찾고 싶으면 일주일에 하루, 서로 마사지 하는 시간을 가져라.”
이 문구를 여성잡지에서 발견하고 그대로 했다가 오히려 싸우기만 했다고 불평하는 이야기를 곧잘 듣는다.
“아, 글쎄 저는 피곤을 참고 정성껏 힘들게 마사지를 해줬거든요. 그러고 나서 내가 받을 차례가 됐는데 이 인간은 코 골고 자는 거 있죠. 깨워서 나도 해달라고 하면 다음에 하자고 김을 빼놓지 않나, 겨우 일어나 해줘도 비몽사몽 졸면서 성의 없이 하는 거예요. 그래서 확 신경질 내고 다 때려치우고 말았어요.”
이처럼 권태기를 잘 극복해 부부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좋은 의도로 시작한 마사지가 오히려 부부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은 왜일까? 그 답을 조금 다른 방식의 부부 마사지 워크숍에서 찾아본다.
우선 상대를 편안한 바닥에 눕게 하고 자신은 파트너의 발 쪽에 편히 앉아 발가락부터 무릎까지 로션이나 보디오일을 이용해 마사지를 하는데, 다음의 두 스텝으로 나누어 실시한다.
첫 번째 스텝의 규칙은 ‘오로지 파트너가 어떻게 하면 좋아할까’를 생각하며 하는 것이다. 이때 마사지를 받는 파트너는 “거기는 더 세게, 거기는 더 오래”라는 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에 대해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시간이 다 되면(일단 5분 정도부터 시작해보라) 그 자세 그대로 1분쯤 서로 눈을 감고 명상이나 휴식을 취한다.
두 번째 스텝에서는 누워 있는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마사지만 받는 것이 규칙이다. 마사지하는 사람은 단지 자신의 손과 마음을 즐겁게만 하면 된다. 오일의 부드러운 촉감과 더불어 상대의 몸을 만지는 자신의 손과 마음이 즐겁도록 파트너에게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을 돌보며 즐기는 것이다.
실제 이 워크숍은 필자의 한의원에서 자주 하는데, 이렇게 두 스텝을 다 끝내고 나서 피드백을 들어보았더니 마사지 받은 사람의 6%만이 첫 번째가 더 좋았다고 했고 94%는 “첫 번째도 좋았지만 두 번째는 좋은 정도를 넘어 솜사탕처럼 부드러웠다. 깊이 이완되었다. 녹는 것같이 황홀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의외의 결과에 대해 참가자 스스로도 놀라워하는데, 이 워크숍은 남을 돌보기보다 우선 자신을 깊이 돌보며 즐기는 마음으로 임할 때 진정한 감성과 욕구가 더욱 발현돼 그것이 상대에게도 오히려 효과적으로 연결됨을 알게 해준다.
성이라는 것은 성감대의 육체적 자극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음과 양의 에너지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에너지 흐름의 원리를 깨달을수록 더욱 깊은 연결과 아름다운 소통으로 큰 오르가슴을 함께 누리게 된다.
내가 즐기면서 하므로 마사지 도중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여도, 심지어 잠이 들어도 불만이 없을 수 있다. 내 욕구 충족이 전적으로 상대에게 달려 있지 않고 내 행복의 열쇠는 내가 쥔 셈이니 긴장하지 않고 이완할 수 있어 저절로 상대에 대한 관용이 넓어진다. 그리고 마사지하는 도중 잠이 드는 것은 심리 치유적 측면으로 볼 때 생각보다 큰 효과를 낸다.
왜냐하면 비몽사몽 잠들 정도로 충분히 이완된 상태를 트랜스(trans) 상태라 하는데, 이때는 깊은 잠재의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받은 감미로운 터치의 느낌을 잠이 깨고 나면 잘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잠재의식에서는 상대에게 왠지 모를 사랑과 안식의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수많은 심리치료에서 공통적으로 이 ‘왠지 모를 느낌’인 잠재의식의 세계가 의식 세계보다 훨씬 영향력이 큰 것으로 검증된다.
사랑은 흘러넘쳐서 전해지는 것이지, 한 사람의 희생을 딛고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희생은 나에게 억울함을 낳기 때문에 이를 받는 사람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고 주는 사람도 그 대가를 꼭 치르는 것을 수없이 보게 된다.
그러니 파트너가 마사지를 받다가 잠들 수도 있고, 마사지를 하는 내가 잠들 수도 있고 다 괜찮은 것이다. 그저 이완하며 내가 좋아서 하는 방식으로 해보라. 아침에 잠이 깨어 왠지 파트너가 예뻐 보이고 행복해지는 느낌의 선물이 메아리처럼 울려올 것이다.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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