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40대가 넘어가면, 아내가 샤워하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는 말이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여러 기발한 작전을 써서 어떻게든 잠자리를 피해보려 애쓴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그런데 남성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필자의 임상 통계를 보면, 2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여성 10명 중 6명이 솔직히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몸과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참 놀라운 수치다.
“저는 남편과 잠자리를 하고 나서 한 번도 그렇게 좋은 기분을 느낀 적이 없어요. 그러니 밤에 남편이 다가오는 것이 고역이에요. 남편의 욕구를 받아주지 않으면 바람피울까봐 할 수 없이 응할 때가 많지만, 아이 핑계를 대고 회피하거나 생리 중이라고 거짓말을 한 적도 있어요. 더러 어떤 친구들은 자기 남편과 관계를 하고 나면 몸이 가뿐해지고 컨디션이 좋아진다는데 저는 정반대예요. 오히려 관계를 하고 나면 다음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때도 있고 몸이 찌뿌듯해 일어나기조차 싫어요. 그러다 보니 남편이 다음날 아침밥을 직접 챙겨먹고 출근할 때도 있어요. 누구는 잠자리를 하고 나면 아침 밥상이 달라진다던데 자기는 이게 뭐냐고 남편이 투덜댈 때면 미안합니다. 관계 시간도 대개 5분 이내면 모든 것이 끝나는데 왜 그리 피곤한지, 제가 그쪽으로는 많이 약한 것 같아요.”
과연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여성의 건강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심한 변비나, 어혈, 자궁 기능 이상 등이 있을 때다. 이 경우에는 치료를 받으면 성관계 기피 등의 장애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심리적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부정적 기억이나 심리적 상처로 인해 성에 대한 쾌감이 방해될 수 있다. 큰 트라우마가 없더라도, 이전에 언급했듯이 자기 자신의 판단 평가로 만들어진 고정관념으로 인해 어떤 경우에도 시시하게만 느낄 수 있다. 심리치료나 제대로 된 감각훈련법이 필요한 경우다.
셋째, 이것이 숨겨진 원인일 때가 많은데, 여성이 그동안 멋진 오르가슴을 경험한 적이 거의 없는 경우다.
여성은 성적 흥분을 시작하면 먼저 하복강을 비롯해 성기 부위 쪽으로 기혈이 집중된다. 그러다가 계속 감각이 고조되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지점, 즉 마치 죽을 것 같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듯하고 하늘로 붕 떠오르는 듯한 황홀한 극점에 다다르게 되며 그때 폭발적인 환희를 느낀다. 그다음 순간 에너지는 극즉반(極則反·끝에까지 이르면 돌이킨다)의 원리에 의해 기혈의 흐름이 성기 쪽에서 방향을 바꿔 온몸으로 다시 퍼져나간다. 이 순간에는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늑한 평화와 이완이 밀려온다. 마치 주검처럼 축 늘어진다고 묘사할 만큼 온몸에 깊은 이완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에너지가 크게 한번 용솟음치듯 순환하게 되면 여성의 몸 상태가 날아갈 듯이 가벼워진다.
그러나 여성이 이런 절정에 이르기 전에 남성이 일찍 사정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폭발적 환희와 이완으로 가기 전에 성행위가 끝나면서 여성의 몸 안에서의 흐름은 갑작스럽게 끊기고, 기혈은 하복강에 그대로 멈춰 울체한 채로 머물러 있게 된다. 그러면 대체적으로 여성은 아랫배가 묵직하고, 몸이 찌뿌듯하고, 가끔 머리도 무겁고 피곤하다고 느낀다. 이런 성생활이 1년, 2년, 10년 반복되면 여성은 섹스가 고역으로 느껴지고 자연히 남편과의 잠자리를 기피하게 된다.
여성이 스스로 이런 이유를 잘 모르면 자신의 성에너지가 약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배경을 알지 못하는 남편도 자신이 아내에 비해 정력이 너무 강해서 아내가 못 따라온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숨어 있는 원인은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 무아지경의 환희에 찬 오르가슴을 느껴본 여성이라면 섹스를 기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시 이 경우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일이다.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정확한 해결책이 나온다.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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