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출간을 준비하던 때만 해도 ‘일본전산’이라는 남의 나라 낯선 회사의 스토리가 우리 독자에게 얼마나 큰 파급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걱정이 있었다(어느 기업에서는 책을 받아든 직원이 “일본의 전산(電算) 시스템 얘기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는 후문도 들렸다). 그러나 책이 발간되자마자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5에 진입하면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더니,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종합 순위에 오르며 넉 달간 베스트셀러 장기 레이스를 펼쳐갔다.
〈일본전산 이야기〉
더 놀라운 것은 독자의 반응이었다.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출판사로 직접 전화를 걸어 “우리 직원들에게도 꼭 읽혀야 한다”며 빨리 책을 보내달라고 성화가 아닌가!
그 뒤 1년, 는 신한은행 비상경영체제의 교본이 되었고, 올림푸스한국·SK C&C·사조그룹 등에서 필독서가 되었다.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을 인터뷰한 기자는 “나가모리 사장이야말로 지상 최고의 모티베이터(motivator)”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2009년 대한민국 기업을 가장 강하게 자극한 한 권의 책을 들라면, 단연 를 꼽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기업과 직장인들이 일본전산을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다. ‘일’을 대하는 그들의 정신자세를 배우기 위해서다. 나가모리 사장은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경영방침으로 유명하다. 학벌이나 ‘스펙’은 아랑곳하지 않고, 뽑아준 데 감지덕지하는 ‘삼류’ 범재들을 고용한다. 채용시험은 기발함의 극치다. ‘밥 빨리 먹고’ ‘목소리 크고’ ‘화장실 청소 잘하는’ 사람을 순서대로 뽑는 것. 그런 다음 칭찬보다는 눈물 쏙 빠지는 ‘호통’으로 직원을 훈육한다.
세련된 경영이론과는 전혀 맞지 않는, 주먹구구식 옹고집 같다. 실제로 많은 독자가 직원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일본전산의 강한 훈육 방식에 처음에는 거부감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거부감은 사라지고 감동을 느끼게 됐다는 소감이 뒤를 잇는다. 그것은 손대는 분야마다 세계 1위에 오른 일본전산의 화려한 외양 때문이 아니다. 직원을 혹독하리만치 몰아붙이는 이면에 ‘인재는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라는 일본전산의 깊은 경영철학이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어떤 독자는 책을 읽고 난 뒤 “경영 관련 서적을 보면서 이렇게 감동받기도 오랜만”이라고 토로했다.
책이 출간된 뒤, 발 빠른 몇몇 기업은 일본전산의 방식을 도입해 효과를 보았다. LG CNS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LG의 ‘혁신학교’에도 화장실 청소, 스스로 끼니 해결하기 같은 프로그램이 있는데, 일본전산의 사례를 일부 참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인가. 경기 지역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우리도 몇 년 전부터 일본전산처럼 ‘밥 빨리 먹는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학벌이나 영어 성적 위주로 채용할 때보다 조직 적응력 등에서 더 낫다는 것이다. 실제로 와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밥 빨리 먹는 사람이 정말 일도 잘한다”고 답했다. 이쯤되니 구직자들도 일본전산식의 ‘기발한’ 채용 방식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책이 출간된 지 1년. “불타오를 줄 모르는 자는 조직에 필요 없다”라는 일본전산의 정신은 이미 30만 명에게 전파됐다. 이제는 ‘CEO가 직원에게 선물하는 책’에서 ‘직원 스스로 읽고 재무장하는 책’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일하는 마인드’를 제대로 담금질하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더 늦기 전에 일본전산의 뜨거움에 전염되는 건 어떨까. / 쌤앤파커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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