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꾸똥꾸’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요즘은 좀 조용해진 김구라까지 뒤늦게 들쑤신다. 살상 도구가 난무하는 의 총격신을 위해 서울 광화문을 활짝 열어주는 판국에, 두 짝 입술 외에는 휘두를 게 없는 코미디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덕분에 YTN 앵커까지 오랜만에 대박 웃음을 주었고, 궁금하던 서태지의 소식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빵꾸똥꾸도 김구라도 가소롭지 않나? 진짜 제대로 센 코미디를 못 보아서 그런가?
가 1월부터 투니버스의 케이블을 탄다. 미국 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말도 많고 욕도 많이 먹고 돈도 많이 벌었다. 방영 초기에는 로부터 D 평점을 받으며 최악의 TV쇼로 선정됐다. 학부모 단체로부터 끝없이 비난을 받아왔고, 여러 TV쇼를 카피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서서히 시청자를 감염시키더니 이제는 미국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2009년 에미상에서는 코미디 시리즈 작품상 부문 후보에 올라, 도 누리지 못한 영예를 얻었다.
주인공은 뉴잉글랜드에 사는 백인 중류층 피터 그리핀의 가족이다. 뒤룩뒤룩 살찌고 멍청한 아빠 피터, 좋은 가문 출신이지만 남편과 애들 때문에 괴로운 부인 로이스, 싸가지 없는 10대 남매인 메그와 크리스, 그리고 진짜 괴물은 1살짜리 꼬마 스튜이다. 전세계의 위험한 지식만 모아놓은 듯한 두뇌의 소유자로 건강한 미국의 가치를 날려버릴 대사와 행동을 일삼는다. 여기에 멘사 멤버인 강아지 브라이언까지.
에피소드는 피터가 회사에서 잘린 뒤 실직 수당을 받는데 실수로 주당 15만달러를 받는다든지, 암검진을 받으러 갔다 치료비를 안 내려 죽은 척했더니 사신이 찾아오고 그 사신이 다리를 다쳐 아무도 못 죽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식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피터의 혐오스러운 노출 장면, 스튜이의 괴팍한 폭력, 가족 사이의 인신공격이 이어진다. 최고의 캐릭터는 역시 스튜이로 배가 고프다고 엄마에게 총을 겨누고, 엄마가 젖을 먹으라니까 독을 탔을지 모르니 개에게 먼저 먹어보라고 협박한다.
어떤 사람에게 이 쇼는 코미디가 아니라, 그저 악취미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위악이 웃음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게 바로 미국 가정의 현실을 (조금 과장해서 귀여운 만화체의 캐릭터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보면 후련하고 웃기면서 찡하다. 우리는 그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을 웃음으로 치환해서 받아들인다.
지독히 이기적이고 여차하면 “빵꾸똥꾸!”를 외치는 해리 같은 꼬맹이를 현실에서 누가 좋아할까? 그러나 그게 요즘 애들이다. 물론 가 심의 단체를 향해 벌거벗고 춤을 추며 놀려대는 것처럼, 해리가 방통위를 찾아가 “빵꾸똥꾸”라고 외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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