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업 지음, 청림출판(02-546-4341) 펴냄, 1만3800원
“그의 방은 매우 작았지만 그래도 동·서·남쪽 삼면에 창이 있어, 동에서 서쪽으로 해 가는 방향을 따라 빛을 받아가며 책을 읽었다. 행여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책을 대하게 되면 번번이 기뻐서 웃고는 했기에, 집안 사람들 누구나 그가 웃는 모습을 보면 기이한 책을 얻은 줄 알았다.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책에 미친 바보’라고 불렀지만 그 또한 기쁘게 받아들였다.”
옛 문헌에 전하는 ‘책 바보’ 이덕무의 모습이다. 화봉책박물관의 여승구 관장은 ‘새 책을 팔아 헌책과 고서를 사들여 쟁여놓’고, 팔리지 않는 독서 잡지를 창간하고 돈을 쏟아부은, 책 바보다. 여 관장은 고활자본, 문학, 개화기 교과서, 고지도, 고판화 등을 수집하는데, 도서관에서도 박물관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아 개인 소장으로 관리한다. 고서를 팔고 건물 임대료를 받아 개인 돈으로 하는 일이다.
책에는 여 관장 같은 책에 미친 책 바보들이 넘쳐난다. 저자부터가 그렇다. “이 책들 다 본 거지? 읽은 책은 팔아버려! 나머지 책들은 다 읽을 수 있어? 가능성 없는 책도 다 팔아버려!” 딸의 성화에 시달린다. 조희봉씨는 전산 관련 정보기술(IT) 업체를 다니던 중 헌책에 눈떴다. 2년여 ‘낮 회사원, 밤 책벌레’ 이중 생활을 하고 을 냈다. ‘전작주의’란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찾아서 완독하는 것으로, 조씨가 만들어낸 말이다. 이윤기씨의 소설로 시작해 그의 모든 번역본 200여 권을 독파했다. 주례도 이윤기씨가 섰다. 800자 원고지 10장에 사연을 써서 보낸 것에 이윤기씨가 화답한 것이다. 과장 진급을 앞두고 회사도 때려치우고 화천에 우체국을 열었다.
책은 2년 전 에 연재했던 글을 전면 개작해서 실었다. 그래서 이 책 바보들이 지금도 책쟁이로 살고 있을까 하는 불순한 호기심도 만족시켜준다. 여 관장은 책박물관을 팔아 빚잔치를 하고 갤러리를 열었다. 비수기에 책 전시를 어떻게 할까 골똘한다. 조희봉씨는 여전히 우체국장이다. 만화 마니아 박지수씨는 공무원 공부 중이고, 대기업 과장 성수선씨는 글쟁이가 됐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남종영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08) 펴냄, 1만5천원
북극·남극·적도, 지구온난화의 3극점을 취재한 기자의 현장 보고서. 기후변화에 관한 제4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지표면 온도는 지난 100년간 0.74도 상승했다. 북극곰은 바다얼음이 사라지면서 얼음 위, 바닷속의 먹이사냥이 어려워진다. 온난화로 인해 가라앉는 섬 투발루에는 미래가 없다. 한국의 동해 수온은 0.8도 올랐다. 남으로 회귀하던 명태는 자취를 감추었다. “인간은 느끼지 못할 정도의 미미한 온도 차이지만 변온동물 명태에게는 동해가 뜨거운 사막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김도현 지음, 그린비(02-702-2717) 펴냄, 1만2천원
‘그린비 함께 읽기’ 시리즈의 첫째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인 저자가 현장에서 부딪치며 고민해온 쟁점을 펼친다. 책은 마이클 올리버의 ‘사회적 장애이론’의 논의로부터 시작한다. 올리버는 장애를 개인의 비극,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관계의 산물로 본다.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녹음한 음성 낭독 파일을 출판사 홈페이지(greenbee.co.kr)에 올려놓았다.
고병헌·김찬호·송순재·임정아·정승관·하태욱·한재훈 지음, 이매진(02-3141-1917) 펴냄, 2만2천원
대안교육을 연구해온 교수와 현장의 교사들이 대안교육의 밑그림을 다시 점검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를 교사의 성장이라는 관점으로 되돌아본다. 대안교육의 기둥이 되는 관점을 자유와 공동체, 사회·정치적 해방, 전인성과 통섭적 연관 구조 등 9가지로 정했다. 저자들은 대안교육이 몇몇 뛰어난 학생을 위한 특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슈테판 마르크스 지음, 신종훈 옮김, 책세상(02-3273-1333) 펴냄, 2만원
무엇이 평범한 독일인을 히틀러청년단, 독일소녀동맹, 나치정당, 나치돌격대, 나치친위대로 몰아넣었을까. 책은 실제로 이들 단체에 가입했던 사람들의 입으로 이 대답을 듣는다. 이들은 나치즘이 추종자들의 퇴행적 의식과 나르시시즘, 수치심, 결핍감, 트라우마 등을 자극하면서 감정적으로 결박했다고 말한다. 나치를 가능하게 한 사회심리적 역동성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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