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새책]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외

등록 2009-08-13 14:45 수정 2020-05-03 04:25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산책자(02-3670-1143) 펴냄, 1만2천원

출근길에 항상 지나는 작은 연못에 한 아이가 빠졌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아이는 몇 초 동안만 고개를 내밀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다. 물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고 위험하지 않다. 단지 며칠 전에 산 새 신발이 더러워지고 양복이 더러워지고 출근길이 늦을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을 통해 ‘동물의 목숨을 빼앗고 그 사체를 먹을 권리가 인간에게 있느냐’를 역설했던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에서 우리의 무관심을 일깨우는 이야기를 간곡하게 한다.

위의 질문에 “그냥 돌아가겠다”라고 답하는 무정한 사람은 거의 없다. 신발이나 지각은 대수롭지 않다. 하지만 보이지 않을 뿐, 이와 비슷한 일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신발이 젖는다고, 지각한다고 죽어가는 아이를 모른 체한다. 유엔아동기금 자료를 보면, 매년 거의 1천만 명의 5살 이하 어린이가 빈곤 때문에 죽는다. 이들의 목숨 하나를 살리는 데 신발 한 켤레 값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쓸데없는 소비들, 수돗물을 마셔도 되는데 자주 사서 마시는 생수를 비롯해 외식, 옷, 영화, 콘서트, 휴가 여행, 집 꾸미기에 돈을 쓰느라 죽어가는 아이를 모른 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우리는 수도 없이 들었다. 수도 없이 들었지만 여전히 죽어가는 어린이가 있다는 것은 이런 이야기가 별 효력이 없음을 방증한다.

피터 싱어는 기부를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를 6가지로 분석한다. 인식 가능 희생자 효과(눈에 보여야 돕는다), 헛수고라는 생각, 왜 나만 돕냐는 생각 등이다. 한국판 서문에서는 한국의 기부 상황도 밝혀놓았다. 국민총소득의 0.09%다. 100달러당 9센트라는 이야기다. 미국과 일본은 경제 규모에 비해 기부가 최하위권인데, 이들도 100달러당 18센트로 한국의 2배다. “우리 상황이 최악의 최악이라도, 절대 빈곤에 떨어져 있는 사람들보다는 낫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유전자만이 아니다〉

〈유전자만이 아니다〉


피터 J. 리처슨·로버트 보이드 지음, 김준홍 옮김, 도서출판 이음(02-3141-6126) 펴냄, 2만5천원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이중 유전이론)을 다룬 책.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은 인간이 만든 문화가 유전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결국 모든 문화는 진화론의 시각에서 볼 때만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한국 성인은 우유를 소화시키는 락토오스가 없는 사람이 80%나 됐지만 ‘우유는 모든 이의 건강에 유익하다’는 문화의 파급으로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실지로 늘어간다. 저자는 DNA 이중나선의 한 가닥은 유전자, 다른 한 가닥은 문화라고 비유한다.


〈뉴라이트 사용후기〉

〈뉴라이트 사용후기〉


한윤형 지음, 개마고원(02-326-1012) 펴냄, 1만3천원

젊은 논객 한윤형이 뉴라이트와 민족주의자 사이에 벌어진 역사 논쟁을 정리했다. 특히 웹상에서 벌어진 네티즌 간의 격렬한 논쟁을 ‘종군기자’처럼 누볐다. 정치적 문제와 얽혀 있기에 역사학자들이 참여하길 꺼리는 이 문제를 건드리면서 저자는 몇 가지 도발적 문제제기를 한다. 친일파 청산은 가능한가, 노무현과 친노 세력은 ‘고아의식’을 가진 존재는 아닌가, 뉴라이트는 친일이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하면서 왜 친일파의 친일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가 등.


〈무례한 복음〉

〈무례한 복음〉


이택광 지음, 난장(02-334-7485) 펴냄, 1만7천원

문화평론가 이택광이 2008~2009년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모았다. 그는 2년 동안 우리 사회를 사로잡은 판타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판타지는 ‘무례한 복음’으로 요약된다. 이 복음은 2008년 자연인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큰 몫을 했다. 모두 경제를 외쳤고 2008년을 전후로 경제는 더 정치적으로 변했다. 대중은 이 괴물을 혐오하면서도 동경한다. 개별적 문화현상을 예로 끌어들여 유일한 독점적 의제가 된 무례한 복음을 신랄하게 평론한다.


〈화〉

〈화〉


진중권·정재승·금태섭·홍기빈·안병수·김어준 지음, 한겨레출판(02-6383- 1607) 펴냄, 1만2천원

2009년 인터뷰 특강 ‘화’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진중권은 기득권 세력이 ‘대중의 화’를 관리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정재승은 뇌과학자의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화내는 법’을 제안한다. 사형폐지론자 금태섭 변호사는 사형존치론에 대응하는 논리를 보여준다. 홍기빈 전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돈이 돌지 않아서 생기는 화를 보여준다. 안병수 후델연구소 소장은 시중의 가공식품이 ‘화난 음식’이라고 말한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