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수레는 몇 바퀴나 굴려야 웃음의 참맛을 만들어낼까? 한 바퀴- 어린아이의 천진한 실수는 모두를 무장해제시킨다. 두 바퀴- 청년의 톡 쏘는 개그는 세상을 뒤집어버린다. 세 바퀴- 어른의 푸근한 말솜씨는 장롱 밑에 숨은 웃음도 알아서 기어나오게 한다. 가족 퀴즈 토크쇼를 내건 문화방송 가 토요일로 자리를 옮겨 시청률 20%에 도전하고 있는 이유다.
퀴즈나 게임 형식을 내건 버라이어티쇼는 참으로 꾸준하다. 전설의 이 막을 내렸지만, 한국방송 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실 이 쇼들이 풀라고 내놓는 문제들은 별스러울 게 없다. 역시 ‘수험생 시절 부모님이 제일 많이 한 거짓말’이라든지, ‘개그맨 이봉원이 박미선과 결혼할 때 신부에게 해주겠다고 한 약속’처럼 답을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듯한 질문들을 던져준다. 중요한 건 그렇게 사소한 호기심으로 시청자를 꼬인 뒤에, 출연자들의 어떤 말솜씨와 몸솜씨로 그들을 낚아채느냐 하는 데 있다.
는 20명 가까운 출연진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며, 세대별로 나뉘는 세 겹의 촘촘한 웃음 그물을 치고 있다. 먼저 이특이나 강인처럼 10대들을 꽉 잡고 있는 아이돌 스타들이 전진 배치된다. 이어 김신영이나 화요비 같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는 20대 취향의 입담꾼들로 그 뒤를 감싼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주인공들인 임예진, 이계인 등 중년 스타들이 버티고 앉아 앞의 미끼들을 당겼다 놓았다 한다.
사실 매번 얼굴이 바뀌는 젊은 스타들의 경우, 이 쇼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특 정도가 그나마 살아남는 법을 알아내 강인에게 알려주는데, 그 3원칙은 다음과 같다. “양육강식, 무조건 뱉어야 한다. 할 말이 없으면 MC를 걸고넘어져라.” 그러나 최근 이 쇼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은 화요비 같다. 양희경·이경실·선우용녀의 병풍에 포위당해 시달리던 화요비가 내뱉는다. “여기가 무서워요.” 그게 포인트다. 화요비는 라는 대가족 집안에 들어온 새색시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 그녀를 가운데 두고 숙모와 삼촌들은 어르고 달래고 위해주는 척 놀려댄다. 화요비 스스로 말하는 ‘어른 공포증’이 적당히 배어나올 때, 우리는 매우 한국적인 웃음의 구도를 얻는다.
26년간 을 이끌어온 허참의 눈물은 아주머니 계모임의 시대가 끝났음을 말한다. 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족’을 내세우면서도 고전적인 가족의 형태를 벗어나, 콩가루 냄새가 제법 배어나오는 현대적인 대가족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40대인데도 복근을 자랑하며 비 흉내를 내는 삼촌도 있고, 왕년에는 ‘예진 아씨’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드라마 의 악녀 애리를 흉내내는 숙모도 있고, ‘임신 마케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다산의 큰언니도 있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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