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반대편으로만 지하철이 올까요
→ 로 발령받자마자 받아든 이 질문은 직전 부서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반나절 고민 끝에 “그건 독자님이 대단히 불행한 팔자를 타고났기 때문입니다”라고 추정해봤으나, 앞뒤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았습니다. 1995년 사귀던 여자친구, 그해 여름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며 크게 부상→욕망 들끓는 남친 외면한 채 방학 내내 병석→완쾌된 뒤 얼마 지나 남친 군입대→피해보상금 나왔을 땐 이미 차인, 저 같은 팔자도 대체로 경기 성남시 태평역에서 출근길 양재 방면 지하철 3호선(상선)을 타려 할 때 하선 쪽보단 덜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독자님은 ‘10번에 8번은 저쪽 먼저’라고 하셨지만, 전 6~7번은 제 쪽 먼저인 것이죠. 팔자로 몰다간,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버스요금을 묻는 질문에 “70원 하나…” 대답했을 때 제가 받은 충격만큼 독자님, 이를 갈겠다 생각했습니다. 한 지하철 역사를 잡아 낱낱이 파헤쳐보기로 했습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양재역의 평일 오전 상·하선 시간표를 입수해 검토했습니다. 시간순으로 ‘편성 매트릭스’를 짜보니 꼬리가 잡힙니다. 일단 첫차부터 오전 막차(상·하선 각각 낮 12시01분30초)까지 운행 편수가 달랐습니다. 하선은 76편, 상선은 85편으로 강남→강북 방면에 9편이 더 편성돼 있습니다.
‘억울한’ 76편의 실체를 분석합니다. 양재역의 경우, 하선이 1대 지난 뒤 상선 2대가 줄지어 하선 쪽 승객의 속을 볶는 경우가 9차례, 하선 1대가 지난 뒤 상선 3대가 연달아 와 삶을 비관케 하는 경우가 2차례 되겠습니다. 56차례 상·하선 1대씩 역을 교차하고, 동시 도착은 7차례입니다. 딱 1 차례 하선 열차 2대가 연방 오는 ‘극적 반전’이 있는데, 10시18분30초와 10시23분30초 차량이 그것입니다.
두 번째 추적을 시작했습니다. 그럼 서울메트로는 서울 강북 거주자의 오전 강남 진입을 방해하는가? 서울메트로 홍보실 김정환 차장은 “편성 수는 예측 유동인구에 따라 프로그래밍된 것”이라며 웃습니다. 당연히 오후부터 막차(상선 24시46분30초, 하선 24시55분30초)까진 하선이 더 많습니다. 이렇게 하루 전체 차량은 각각 212회, 같아집니다.
해결책 찾아봅니다. 지하철 상·하선은 진입 전 경적이 다릅니다. 하선은 여유롭게 딩딩딩딩~, 상선은 좀 긴박하게 삐리리리~. 2000년 12월부터 경적이 ‘경고’에서 ‘정보 제공’으로 성격이 바뀌어 전자음을 입힌 것입니다. 플랫폼 진입 200m 앞에서 소리가 나니, 아침 하선 쪽 시민은 개찰구에서 행여 ‘딩딩딩딩’을 듣거든 하니처럼 달리시기 바랍니다. ‘삐리리리’엔 당연히 여유를 부리셔도 좋겠지요. 열차가 머무는 시간은 30초 입니다. 조심스레 냅다 달려주세요. 메트로 쪽은 상·하선 경적을 더 확연히 구별되게 바꿀 참이라고 합니다. 은 상선엔 “오빠 달려”, 하선엔 “언니 달려”를 정식으로 제안하는 바입니다.
추신: 독자님 동선을 알지 못합니다. 제 답변에 동의가 되지 않는다면, 혹 독자님, 늘 무엇인가에 쫓기고 있는 건 아닐까요? 특히 독자님이 오전에 강북 쪽 갔다 저녁에 강남 쪽으로 되돌아오는 경우인데도 그렇다면 충격적입니다. 기도드리겠습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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