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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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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왜 자꾸 웃으시냐고요

간지럽게 칭찬하고 은근히 자기과시한다면
“그는 당신에게 반했을 수도 있다”
등록 2009-02-13 15:16 수정 2020-05-03 04:25

여자들이 둘 이상만 모이면 절대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건 당연히 최근 만나고 있는 남자, 혹은 만나게 될 것 같거나 가까워지고 싶은 남자들에 관한 얘기일 거다. 그리고 만나게 될 것 같거나 가까워지고 싶은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그 남자와의 커플 가능성을 점쳐보는 이야기들이 거의 전부라고 보면 된다.

영화 <봄날은 간다>

영화 <봄날은 간다>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은 욕망 작렬

이를테면 “지난 주말 소개팅한 그 남자 있잖아? 수요일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이번 주말에 시간 어떠냐고 묻는 거 있지? 이 남자 나한테 확실히 꽂힌 거 맞지?” “이번에 새로 입사한 이 대리 말이야, 어저께 야근하는데 은근슬쩍 내 책상에 내가 좋아하는 차이라테를 두고 가는 거 있지? 여친이 있다면서, 이거 작업 들어온 거 맞지?” 같은 것들 말이다. 과연 이 남자가 나한테 제대로 꽂힌 건지 아니면 나만의 착각인지, 여자들은 궁금해하고, 이른 시간 안에 답을 찾고 싶어한다.

그럼 여자에게 반한 남자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에서 핵심은 딱 하나다.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어한다’는 것. 어린 시절 고무줄놀이를 하던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던 남자아이의 행동은 사실은 그렇게 해서라도 그 여자아이의 주목을 끌어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다가가는 방법만 조금 잘못되었을 뿐 궁극적으로는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거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이 큰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이 개인의 성격과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여자에게 반했을 때 남자들이 하는 대표적인 행동으로는 첫째 ‘간지러운 칭찬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입에 발린 칭찬이 됐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건 칭찬을 통해 여자의 환심을 사고 싶어한다. 소개팅 자리에서 여자의 외모나 화법에 대해 칭찬하는 경우, 업무상 만난 남자가 여자의 커리어에 대해 칭찬하는 경우는 일단 ‘호감 작렬’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자의 경우 맘에 없는 칭찬을 하기엔 꽤나 연기력이 필요하고, 후자의 경우 진심이 없다면 질투심 때문에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 칭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 이 경우 원래 칭찬을 아끼지 않는 매너남들이 요즘 늘어나는 추세이기에 남자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할 줄 알아야 의례적인 립서비스와 구별할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자기과시 멘트의 작렬 현상’이다. 자기가 얼마나 잘났고, 부모님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자기 친구들이 얼마나 괜찮은지 끊임없이 자신의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면 적어도 당신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다는 걸로 생각해도 괜찮다. 다만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그저 자기애로 가득 찬 나르시시스트는 아닌지 구별할 줄 아는 혜안이 요구된다. 또한 여자의 허영심을 자극하기 위한 멘트인지, 진심으로 자기의 매력을 알아달라고 말하는 중인지 구별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매너남’과 ‘나르시시스트’엔 속지 말라

세 번째 특징은 ‘친절과 솔선수범’이다. 평소에는 까칠하던 남자가 갑자기 당신에게 친절하게 굴기 시작했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거만하던 남자가 당신에게는 충직한 하인처럼 행동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그의 마음속에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스케줄을 모두 공개하거나(당신의 스케줄을 알고 싶다는 뜻이다), 당신의 가족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거나(당신과 한 가족이 될 것을 상상해보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당신만 보면 헤벌쭉 웃는다거나(이미 당신 덕분에 뇌에 도파민이 쫙 퍼졌다는 뜻이다) 하는 행동도 그가 반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겠다. 아~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 하나는, 요즘 남자들이 무척이나 약아져서 반해도 반하지 않은 척하고, 너무 오래 탐색전만 가진다는 점이다. 먼저 패를 보여주면 진다고 생각이라도 하는 걸까? “너에게 관심 있다. 사귀자”라고 호탕하게 손 내미는 남자를 기대하기엔 세월이 너무 변한 걸까? 촌스럽고 생뚱맞아도, “나랑 연애할래요?”라고 용감하게 구는 남자가 그립다.

곽정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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