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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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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의 올림픽 영웅은 누구인가

등록 2008-08-19 00:00 수정 2020-05-03 04:25

정말 올림픽을 즐겨도 되는 것일까. 가끔은 그런 반성도 든다. 한국 선수가 메달을 따는 순간에 저절로 함께 펄쩍 뛰다가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60일이 넘는 처절한 단식 소식을 들으며 아득한 절망, 아니 정신분열에 빠진다. 누군가에게 아직도 스포츠는 ‘죄책감과 함께하는 즐거움’(Guilty Pleasure)인가. 시절이 여전히 하수상하므로.

그러나… 에라 모르겠다, 자포자기의 순간도 찾아온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쳐다본 화면에서 예상 밖에 결승에 오른 남현희 선수가 선전을 펼치고 있을 때, 9점 차로 뒤져서 더 이상 기대를 접고 다른 채널로 돌렸는데 어쩌다 마주친 화면에서 어느새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동점을 만들어놓았을 때…. 순간 모든 것은 잊힌다. 한국은 민주 공화국인지 의심스럽지만 스포츠 공화국인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스포츠는 힘이 세다.

더구나 날이면 날마다 돌아오는 축제가 아니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을 기다리는 것은 출전하는 선수만이 아니다. 스포츠 공화국, 한국의 김이박도 올림픽을 기다린다. 게다가 이번 올림픽은 즐기기 그만이다. 아테네의 시간에 맞추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애틀랜타의 리듬에 맞추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는 수고 따위는 없으니 말이다. 올림픽은 20년 간격으로 열리는 축제다. 아시아에선 그렇다. 1964년 도쿄, 1988년 서울, 2008년 베이징. 시간의 과학에 바탕해 2028년까지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그래, 절반의 홈코트 ‘아세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즐기자.

그리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올림픽을 즐기는 다섯 명의 글을 모았다. 소설가 김중혁씨는 2시간 넘게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는 ‘멍한’ 마라톤에서 국가가 아니라 개인을 보았다. 그리고 한국 대표 이봉주가 아니라 동갑내기 이봉주를 응원한다. 영화 칼럼니스트 김수경씨는 전북체고 2년 선후배 박성현과 하야카와 나미(한국 이름 엄혜랑)가 포옹하는 순간을 통해 국적의 허구를 읽는다. 이김나연씨는 여성주의 상상력으로 ‘전주원 없으면 최윤아로 하면 되고’를 노래한다. 지인들 사이에 ‘길구라’로 통하는 길윤형 사회부 기자는 로스앤젤레스올림픽 하형주 선수를 통해 스포츠 키드의 추억을 되살린다. 신윤동욱 기자는 2008년판 의 주인공 박정희 선수를 예상하고 응원한다. 당신만의 올림픽 영웅은 누구인가?

<font color="#C12D84">[레드 기획] </font>

▶이봉주 채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조국을 겨누지 않았다
▶33살 그녀 생애 최고의 순간
▶농구여, 후배를 라이벌로 키워라
▶고통 끝에 괴력이 솟다
▶당신이 왕기춘이라면 어떠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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