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로화가 김흥수(89)씨는 허연 구레나룻 외모와 야한 원색의 누드화로 유명하다. 42살 연하인 부인의 도움으로 지금도 붓질을 한다. 숱한 염문과 기행으로 화제를 뿌렸지만, 정작 그가 우리 미술사에 남긴 50여 년 발자취를 잘 아는 이들은 드물다. 작품론 등의 논문도 없다. 1950년대에 프랑스로 가서 서구미술의 세례를 받았던 그는 61년 귀국 뒤 국내 화단에 색채·관능·감각의 서구적 화풍을 본격적으로 내보였지만, 절제된 화면에 익숙했던 화단은 이단아를 높이 쳐주지 않았다. 미술기획사 아트이즈가 서울 화동 사무실 2층 특설전시장(02-734-5830)에 차린 ‘되묻기 김흥수’전은 이런 틈새를 고민하면서 만든 이색 전시다.
전시는 보기 힘든 50~60년대 김씨의 초창기 작품 12점을 조명한다. 아트이즈의 이승현 대표와 지인의 소장품들인데, 옛 작품답지 않게 보는 맛이 상큼하고 새롭다. 50년대부터 감각과 본능이 폭발하는 그림을 그렸던 김씨는 여인과 소녀의 얼굴, 몸 등을 현란한 색면으로 해체하거나, 우툴두툴한 질감의 화면 위에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1958), (70년대 후반), (1961·사진) 등이 그런 대표작들이다. 우아하고 도발적인 클림트풍의 색면, 모딜리아니 그림 같은 단순한 윤곽의 여성 육체, 종이를 뜯어 붙인 콜라주, 우툴두툴한 질감의 추상적 화면을 보여주는 초기작들은 삭지 않은 매혹을 흩뿌린다. 주최 쪽은 전시 뒤 미술사 연구자들의 논고를 모아 김흥수 작가론 자료집도 낼 계획이다. 3월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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