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
데이비드 베레비 지음, 정준형 옮김, 에코리브로(02-702-2530) 펴냄, 2만원
사람을 만날 때 우리가 겪는 범주화의 오류를 살펴본다. 저자는 무리짓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느냐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할 ‘뻔한’ 결론이지만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살펴보면 정말 인간의 편식증이 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결론은 더 고무적이다. 무리짓기는 착각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인종’이라는 것이 실지로 존재하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앗 뜨거워
빌 버포드 지음, 강수정 옮김, 해냄(02-326-1600) 펴냄, 1만5천원
기자에서 요리사가 된 빌 버포드의 인생과 음식문화 이야기. 기자 빌 버포드는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우연히 뉴욕에서 가장 요리를 잘한다는 요리사 마리오를 만난다. 그 만남을 계기로 버포드는 직장을 그만두고 좌충우돌하면서 요리사로 성장해간다. 주방에서 스테이크를 구우며 ‘그릴 가이’로 인정받은 버포드는 유럽으로 떠나 요리법과 요리의 철학에 대해 배운다. 주방에서 겪은 갖가지 실수, 마침내 이뤄낸 성취가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스무 살이 되는 여자에게
장영희 외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09) 펴냄, 9500원
각 분야에서 맹렬히 활동하는 9명의 여성 필자가 스무 살이 되는 여성에게 전하는 메시지. 번역가·수필가인 장영희 교수는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목표를 세우지 말라고 조언한다. 화가 김점선씨는 아름답고 강한 인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가수 이은미씨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의 장을 넓히라고 주문하고, 기자 조은미씨는 결혼할 남자를 깐깐하게 고르라는, 매우 ‘실용적인’ 충고를 한다. 배우 오지혜씨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심장이 뛰는지 찾아보라고 말한다.
자크 데리다의 유령들
니콜러스 로일 지음, 오문석 옮김, 앨피(02-335-0525) 펴냄, 1만2500원
데리다의 해체주의를 ‘데리다적인’ 방식으로 소개한다. 데리다가 해체하려고 한 것은 중심이었다. 중심은 필연적으로 비중심, 비주류를 상정하고, 권위를 획득한다. 해체론은 한마디로 중심을 흩어지게 하여 없앤다는 뜻이다. 지은이의 정의에 따르면 해체는 생각지도 못한 것, 불가능한 것의 경험, 생각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 사물 자체에서 언제나 이미 작동하는 불안정화의 논리, 모든 동일성을 그 자신이면서 동시에 그 자신과 다르게 만드는 것 등이다.
탐史
마리아 루시아 G. 팔레라스-버크 지음, 곽차섭 옮김, 푸른역사(02-720-8963) 펴냄, 2만5천원
20세기 후반의 ‘새로운 역사학’을 선도한 역사가 9명과의 인터뷰. 역사학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인류학의 잭 구디, 영국사의 에이사 브릭스, 16세기 프랑스사의 내털리 제이먼 데이비스, 17세기 영국 문화사회사의 케이스 토머스, 프랑스혁명기 문화사의 다니엘 로슈, 유럽 문화사의 피터 버크, 프랑스 문화사의 로버트 단턴, 근대 초 유럽 민중문화사의 카를로 긴즈부르그, 정치사상사의 틴 스키너가 등장한다.
황금붓의 소녀
마리 베르트라 지음, 최정수 옮김, 하늘고래(02-333-3623) 펴냄, 9천원
2006년 프랑스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17세기 중엽 스페인, 눈동자 속에 빛나는 황금빛 점이 있는 고아 소녀 마리아는 성미가 고약한 여인숙 주인 밑에서 일하고 있다. 마리아의 유일한 즐거움은 마을 변두리에 있는 버려진 오두막집에서 동물 그림을 그리는 것. 마리아는 그림들을 지워버리라고 강요하는 주인 아주머니를 피해 마드리드로 가서 유명한 화가의 하녀가 된다. 그녀는 작업실을 청소하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조금씩 키워나간다.
세상을 보는 열일곱 개의 시선
김만권 지음, 개마고원(02-326-1012) 펴냄, 1만3천원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양 철학사에 등장한 정치·사회 관련 화두를 17개의 핵심 질문으로 정리한 대중적인 철학 에세이. 철학자들은 어떻게 진리는 권력과 결합됐을까, 왜 도덕과 정치가 분리됐을까, 어떻게 재산의 사적 소유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일까, 인간 사회는 왜 불평등해졌을까, 정치공동체의 시민권은 왜 필요한가 등의 질문들을 자기 시대와 직면하여 던져왔다. 그리고 이 질문들을 통해 다른 시대의 철학자와 만난다.
리스본 쟁탈전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해냄(02-326-1600) 펴냄, 1만3천원
포르투갈의 성립 과정을 다룬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711년 이후 무어족 점령 아래 있었던 이베리아반도는 11세기부터 북부지역 기독교 왕들의 공격을 받기 시작해 15세기 말에 완전히 기독교화한다. 포르투갈이라는 독립왕국은 카스티야의 작은 지역인 포르투갈레의 통치자 아퐁소 엥리크시가 1147년 영국 십자군의 도움으로 리스본을 점령하면서 태어난다. 사라마구는 기록된 사건들의 또 다른 버전을 상상하면서 포르투갈 역사의 중요한 일부를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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