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천국이라는 종교공동체의 흥망성쇠를 다룬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청나라가 그 수명을 다해가던 19세기 중반 중국은 온통 혼란의 도가니였다. 제1차 아편전쟁에서 패한 뒤 서구 열강의 침략은 더욱 노골화했고, 자연재해까지 잇따랐다. 여기에 부패할 대로 부패한 관료의 학정까지 겹쳤으니, 난세임이 분명했다. 난세는 본디 영웅을 부르는 법. 이 무렵 남부 광시성에서 홀연히 나타나 ‘신의 아들’을 참칭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지상에서 태평성대의 천국을 펼치고자 했던 홍수전이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태평천국의 난’을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핏빛 내전”이라고 설명한다. 1851년 1월 광시성에서 시작돼 1864년 난징에서 외세를 등에 업은 청나라 군대에 포위된 채 패망할 때까지 태평천국의 난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2천만 명에서 많게는 5천만 명으로 추정된다. 조너선 스펜스 미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가 쓴 (양휘웅 옮김, 이산 펴냄)은 이런 당시의 상황을 숨막힐 듯 세밀하게 담아낸 책이다. 지난 1996년 초판 출간 당시 원제목은 ‘신의 중국인 아들’이었다.
스펜스 교수는 “홍수전과 그가 건설한 태평천국의 이야기는 중국 역사상 가장 기이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19세기 초 중국 남부 중농의 가정에서 태어나 잠시 향촌의 숙사를 지낸 홍수전은 곧 서양 사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었다. 그의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기독교의 성서와 중국어로 번역된 일부 기독교 교리였다. 홍은 여기서 당시의 시대적 격변상과 일치하는 점을 발견했다. 그가 자신을 “예수의 동생이며, 아버지 하느님으로부터 정복자인 만주족 요괴들을 중국에서 제거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믿으며, “따르는 사람들을 지상낙원으로 인도해야 하는 책임도 맡았다”고 확신한 것은 성서의 계시록을 떠올리게 한다.
‘천년왕국’이라는 신앙의 날개를 단 홍은 1840년대 말부터 ‘하느님을 숭배하는’(배상제) 군대를 모집했고, 이들을 발판으로 1853년 양쯔강변에 자리한 요충지인 난징을 점령했다. 이른바 ‘새로운 예루살렘’이자 그들만의 ‘태평 성지’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11년 동안 태평천국은 난징에 자리를 잡고 ‘내세의 현세화’에 골몰했지만, 잇따른 전투와 기근으로 하나둘씩 목숨을 잃어갔고, 지도부 안팎의 내분과 홍의 죽음으로 현세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홍수전과 관련해 기존에 나온 책들이 주로 태평천국 운동의 전개과정과 여파 혹은 그 역사적 의의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옮긴이의 지적대로 이 책은 “현실의 제국(청나라)을 위협할 정도로 막강했던 거대한 종교공동체인 태평천국의 흥망성쇠라는 큰 흐름과 그 중심인물인 홍수전”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홍과 함께 태평천국을 이끌어나간 대표적인 인물들과 변혁세력, 그리고 처음부터 태평천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결국에는 이들을 토벌하는 데 앞장서는 지식인”이 주연급 조연으로 곳곳에서 등장한다. 시대적 배경이나 홍의 사상적 뼈대인 신비주의적 기독교 사상 등에 대한 이해를 위해 때로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수많은 사료가 제시되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한 편의 대하소설처럼 읽을 수도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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