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프랑스 수교 120주년 기념 ‘만 레이 특별전’과 ‘세계 사진 역사전’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피려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게 있다. 현대미술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진다는 사실이다. 이를 확인한 미술인들 가운데는 사진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국내 미술관들이 수집 목록에 사진 작가의 이름을 줄줄이 올리는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진이라는 장르가 예술로서 당당하게 대접을 받기 때문이리라.

애당초 사진은 순간을 기록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사진가들은 150여 년 전에 인화술에 힘입어 예술로서 사진을 받아들였다. 다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맞아 열리는 ‘만 레이 특별전’과 ‘세계 사진 역사전’은 우리가 몰랐던 사진 예술의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사진 역사에서 결정적 순간으로 기록된 450여 점 가운데 상당수를 촬영 3년 이내에 인화하는 ‘빈티지 프린트’로 전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초현실주의 사진의 대가 만 레이의 작품 120점을 만날 수 있다. 1920년대에서 30년대 사이의 다다이즘을 주도한 그의 사진은 몽환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그는 인화지 위에 오브제를 놓고 빛을 줘 이미지를 만드는 레이오그라피, 흑백인 반전되는 솔라리제이션 같은 특수한 사진 기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금 사진가들의 기법이 만 레이의 유산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만 레이 특별전에서 초현실주의 사진의 정수를 확인했다면, 사진 역사전에서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예술과 시대를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엔 세계 최초의 공중촬영에 성공한 나다르에서 외젠 아제, 로버트 카파, 브라사이 등 저명 작가 62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일부 빈티지 프린트 작품들은 억대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역사의 이미지에 빠져 사진 예술의 기본기를 다져볼 만하다. 12월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02-733-6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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