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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 한국에 온 심바, 하쿠나 마타타?>

등록 2006-11-04 00:00 수정 2020-05-03 04:24

국내 최초 뮤지컬 전용극장 연 일본 극단 시카의

뮤지컬 의 화두는 ‘하쿠나 마타타’라고 할 수 있는데,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문제없으니 걱정 마라’를 뜻한다. 부모 같은 친구 미아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가 주인공 ‘심바’를 격려하며 건넨 말이다. 이 말은 초대형 뮤지컬로 국내에 진출한 일본 극단 ‘시키’(四季)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 ‘샤롯데’에서 무기한 장기공연으로 을 올리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말이다.

하지만 뮤지컬 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적지 않은 ‘문제’를 껴안아야 했다. 국내 뮤지컬계로부터 “거대 자본의 힘으로 제2의 문화 침탈을 감행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고, 공연을 코앞에 두고 국내 공동연출가 김효경씨가 시키 쪽과 마찰을 빚어 중도하차 논란을 낳기도 했다. 게다가 티켓 최고가를 9만원으로 정하면서 오케스트라 음악을 반주 테이프(MR)에 두 명의 타악 연주자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국내 뮤지컬계의 전면 대응 속에서 뮤지컬 은 막이 올랐다. 무대 전면에 커다란 태양이 떠오르자 무대 양쪽에서 대형 기린과 사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객석에서는 얼룩말과 코끼리 등이 무대를 향했다. 2시간30분 공연 내내 30여 가지 동물들은 객석의 탄성을 이끌어내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첨단 무대장치를 통해 선보이는 아프리카 정글과 5겹의 입체적인 공간은 영화보다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동물 캐릭터가 상상력의 극치에 다다랐다면 배우의 몸짓과 노래는 아쉬움을 남겼다. 장기간 공연하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가려는 듯, 심바의 삼촌인 스카는 우리말 전달에 서툴렀고 심바는 뭔가 허전한 연기를 이어갔다. 다만 객석 어디에서도 무대가 시야에 들어오는 공연장은 국내 뮤지컬계가 전용극장을 꿈꾸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하게 했다. 끝내 은 ‘하쿠나 마타타’를 외칠 수 있을까. 오픈런, 서울 송파구 샤롯데극장, 02-411-5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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