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독신 남성의 일상을 익살맞게 그린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무슈 장’은 요즘 기분이 나쁘다. 영화를 보러 나온 어느 저녁, 피자가게에서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에게 친구가 왜 그러냐고 묻는다. 그는 대답한다. “실은, 나… 다음주면 서른 살이 돼.” 집에 돌아온 그는 피자로 인해 단단히 얹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을 청한다. 그는 꿈에서 피자들의 공격을 받는 부대의 지휘관이 된다. 병사들이 피자에 맞아 초토화되자 부관이 말한다.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스트레스에, 불면증에… 이런 걸 빼면 서른 살이 아니라잖습니까?” 다음주에 영화관 앞에서 만난 여자들은 그의 서른을 축하하기 위해 촛불이 꽂힌 피자를 주문한다.
(필립 뒤피·샤를 베르베리양 지음, 세미콜론 펴냄)은 삽십 대 남자의 일상을 익살맞게 그린 프랑스 만화다. 출판사는 “남성판 ”라는 카피를 붙여놓았지만, 장의 일상은 의 그녀들에 비하면 구질구질하기 이를 데 없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애인의 아들까지 떠맡은 친구는 장의 아파트에 불쑥 쳐들어와서 그의 안락한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다. 치밀한 감시망을 가동 중인 관리인 아주머니는 그에 관한 온갖 유언비어들을 퍼뜨린다. 첫 소설 로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부하지만, 아직 풋내기 작가일 뿐인 장은 다음달 집세를 걱정하며 산다. 무엇보다 여자, 여자들! 언제라도 ‘아기 폭탄’을 투하할 태세가 돼 있는 이 무서운 존재들을 막기 위해 장은 자신의 성문을 굳게 달아걸지만, 한순간에 침략을 당하고 무너지기 일쑤다.
요컨대, 은 ‘파리에서 삽십 대 미혼 남성으로 살아가기’에 관한 이야기다. 점점 속물이 돼가는 친구들에게 실망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는 것. 기약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결혼과 육아라는 구속을 힘 닿는 데까지 거부하며 살아가는 것. 이런 부대낌 속에서 서른 살은 난관의 연속이지만, 장은 낙천적으로 돌파해간다. 그리고 때론 진지하게 삶의 의미를 성찰한다.
장의 생활은 한 여자를 만나면서 요동치게 된다. 어느 날 밤 초승달 아래서 “당신은 늘 지나치게 당신만 생각하는, 바로 그것이 문제랍니다!”라고 중얼거리는 무슈 장. 그는 이제 같이 사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책임’이라는 사은품도 기다리고 있다.
은 인간은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성장을 계속한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굳이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아도 삶은 늘 변하게 마련이고, 세상과 사람들은 시시각각 새로운 빛깔을 드러낸다. 서른이라는 혼란의 바다 위에서 장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은 1999년 앙굴렘 세계만화축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두 작가는 한 몸처럼 작화와 시나리오 모두에서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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