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의 오마이섹스]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조카가 여행을 다녀오다 친구들에게 줄 선물이 든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지만 아직 애는 애인지라 잠깐 울고불고 한 모양인데,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이 담긴 것으로 추정됐다. 안타까운 마음에 내가 갖고 있던 잡동사니 몇 가지를 긴급 땜빵용으로 보냈다. 그날 밤 수화기 너머에서 녀석은 “히히, 여자친구 없어요” 그런다(이 대목에서 틀림없이 몸도 배배 꼬았을 거다). “그럼 맘에 드는 여자애는? 잘해주고 싶은 여자애는? 하다못해 너 좋다는 여자애는?…” 속사포처럼 물었으나 대답은 계속 “히히, 없어요”다. 지나치게 낯가림하는 걸 보니 녀석에게 드디어 호시절이 다가온 것 같다. 다급하게 물은 이유는 녀석이 10대 연애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걱정돼서다. 취학 전부터 눈꼴시게 손 꼭 잡고 ‘즐’ 하고, 초등 저학년 때 공식 ‘여친남친’ 등록을 하며, 고학년이 되면 본격 연애전선에 돌입해 뺏고 뺏기는 ‘대략 난감’한 상황까지 연출하는 시대에 중학생이 되도록 선물 주고 싶은 여자애 하나 (진짜로) 없다면, 평균수명도 늘어난 긴긴 앞날을 과연 어떻게 살아갈까?
뭐든 못하는 애로 찍히고 해도 안 되는 애라고 어른들이(특히 양육자가) 규정하면 아이의 성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외국 학자다. 전교 1등 아니면 ‘성적 깔아주는 애’ 취급받는 한국에선 이런 말 알아도 못한다). 공부는 뒀다 한꺼번에 할 수 있지만 연애는 절대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발달 과정에서 ‘누굴 좋아하고 누가 좋아해주는’ 경험을 못하면 두고두고 업보가 된다.
‘연애는 대학 가서 하면 된다’는 말을 집과 학교에서 죽도록 듣지만(까진 애들이 유독 많았던 고교시절, 이 말은 심지어 우리반 급훈이었다), 경험상 ‘청담동 며느리과’ 혹은 ‘있는 집 장남풍’으로 자란 애들일수록 나중에 피눈물 흘릴 확률이 높다. 성인 연애 시장에서 쉽게 퇴출되거나 아예 진입도 못한 채, 마마보이 파파걸로 주위를 피곤하게 하거나 혼자 억울해하며 늙어간다. 수능시험도 모의고사를 보는데, 사모하는 그(녀)에게 고백 한번 선물 한번 건네보는 ‘문제풀이’ 없이 자랐다면 서른 살 넘어 해외출장 다녀오면서 막 깊은 관계가 된 그(녀)에게 열쇠고리나 볼펜, 찻잔 받침 따위 오종종한 것들을 그것도 세트로 선물해 산통 깨버리기 십상이다. 돈이 아니라 안목과 배려의 문제다.
나에게 목걸이를 몇 번 선물했던 그도 성장기 때 애정 문제로 가슴앓이 한번 안 해본 부류였을 듯싶다. ‘잘 팔려서’였는지 ‘안 팔려서’였는지는 글쎄(짐작은 가나 차마 입 밖에 내기는…). 첫 번째 목걸이는 어디 뒀는지 모르겠다(그의 전 여자들은 대체 뭘 했는지 분노가 치밀었다). 두 번째 것은 한두 번 하다 처박아뒀다.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하고 다닐 형편이 됐다. 몇 년 걸렸다. 조금만 신경써서 관찰했어도 내가 어떤 유형의 소품을 좋아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선물 하나 제대로 못 고르는데 잠자리는 말해 무엇하리. 과외비도 안 받고 가르치느라 그야말로 ‘대략, 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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